“건강상 문제” 4번째 재판 불출석
변론 준비 등 2주간 지연 불가피
법조계 “법질서 무시… 최악의 수”
변호인을 전원 사퇴시키고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일 예정된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당분간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공판에 박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건강 문제 때문에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친필 사유서를 서울구치소를 통해 법원에 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불출석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7월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연속 3차례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다가 재판부로부터 ‘거동이 곤란한 신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경고를 받고 재판에 임한 지 3개월만이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선임 계획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종전 변호인단이 일괄 사임서를 제출했고, 피고인이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어 국선변호인 선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관할구역 안에 사무소를 둔 변호사나 공익법무관, 사법연수생 중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게 된다. 피고인 당 한 명이 선임되지만 사건의 중대성과 사건 기록이 방대하다는 점을 고려해 복수의 변호사를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선변호인이 사건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해 약 2주간 재판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연기하고 추후 다시 일정을 잡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의 전략이 결국 본인 손해로 돌아 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검토할 자료가 방대할 뿐 아니라 여러 사건을 맡아야 하는 국선 변호인이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전담하기란 한계가 있고, 박 전 대통령도 변론을 위해 국선변호인과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방어권 보장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ㆍ국제 이슈로 만들 전략이라면 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최악의 수”이라고 말했다.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유로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이라며 정치 재판화하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 시절 검찰수사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헌법재판소의 심리에도 끝내 출석하지 않았고, 이제는 사법부마저 부정하는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 법 질서를 무시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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