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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장 빌려줬다 쓰레기 폭탄… 수십억 처리비 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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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장 빌려줬다 쓰레기 폭탄… 수십억 처리비 덤터기

입력
2017.10.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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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가동중단 공장 임차한 뒤

수만톤 불법투기… 산더미처럼 쌓여

공장주, 임대료 수십배 처리비 신음

“경찰ㆍ구청 미온적 대응에

직원들이 직접 투기자 색출” 분통

경북 포항 철강산업단지 내 D물산 창고에 불법으로 버려진 폐기물 2,000톤이 쌓여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bo.com
경북 포항 철강산업단지 내 D물산 창고에 불법으로 버려진 폐기물 2,000톤이 쌓여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bo.com
경북 포항 남구 철강산업단지 내 H공장에 사업장 폐기물 1만5,000여톤이 쌓여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 남구 철강산업단지 내 H공장에 사업장 폐기물 1만5,000여톤이 쌓여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의 포항철강산업단지 업체들이 경기침체 탓에 비어 있는 공장을 임대했다가 수천톤에서 많게는 1만톤이 넘는 폐기물을 떠안아 속을 태우고 있다. 회사 측은 “수십억원의 처리 비용을 물게 됐는데도 관할 구청과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폐기물을 버린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이다.

18일 찾은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H철강의 마당에는 폐비닐과 각목ㆍ플라스틱 등이 뒤섞인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축구장의 1.5배(1만1,000여㎡)가 넘는 공장 마당과 건물 안에 폐기물이 5m이상 쌓여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쓰레기 양 1만5,000톤에 예상 처리비용은 31억원. 공장을 팔아도 부담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했다.

H철강은 지난해 8월 ‘재활용품을 처리해 판매하는데 잠시 보관할 곳이 필요하다’는 A(39)씨에게 월 임대료 1,000만원에 빈 공장을 빌려줬다. 그러고 3개월 후인 11월 ‘쓰레기를 치우라’라는 남구청의 통보를 받았다.

철강단지 내 D물산도 창고에 쌓인 폐기물 2,000톤을 치우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 ‘재활용품을 잠시 두려 한다’는 A씨의 말만 믿고 임대했다가 쓰레기 폭탄을 맞았다. 이 업체 대표는 올 2월 한 업체의 귀띔으로 이를 알게 됐다.

피해 업체들은 관할 남부경찰서와 남구청의 늑장 대응에 더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H철강 직원들은 경찰서와 구청을 찾아 “쓰레기 배출자도 찾아 달라”고 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직원들이 나서 폐기물을 뒤졌고 A씨를 통해 버린 업체를 찾아 900톤을 되가져가게 했다.

H철강 관계자는 “쓰레기에서 나온 상호의 연락처를 알기 위해 구청에 부탁했지만 오히려 기한을 정해 쓰레기를 치우라는 계고장을 우리 회사에 보냈다”며 “쓰레기를 뒤져서 업체 18곳을 찾아 경찰에 고발했지만 5건만 기소됐다”고 말했다.

A씨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지만 두 업체에 ‘쓰레기를 모두 치우겠다’는 약속만 할 뿐 이를 지키고 않고 있다. 더구나 A씨는 지난해 11월 18일 H철강 투기사실이 적발되고 불과 10여일 뒤인 12월 1일 D물산과 임대차계약을 맺고 2,000톤의 쓰레기를 버렸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올 8월 남구청으로부터 D물산 폐기물 방치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으나 두 달이 지난 17일에야 A씨를 처음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출석을 거부한 것은 아니고 개인 사업으로 바쁘다고 해 미뤄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H철강은 피해자에게 폐기물을 치우게 하는 등 부당하게 행정 처리를 했다며 최근 남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D물산은 3억원을 들여 폐기물을 치우고 난 뒤 남구청을 상대로 비용 반환을 청구할 예정이다.

D물산 대표는 “철강 공장에 불법투기가 적발됐을 때 당국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철강공단 업체에 알렸더라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철저히 수사해 더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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