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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는 동아리도 못 하나요”…대학 동아리에도 ‘과시형 소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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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는 동아리도 못 하나요”…대학 동아리에도 ‘과시형 소비문화’

입력
2017.10.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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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서대문에 사는 대학생 김성근(22)씨는 최근 가입한 사진 동아리를 슬그머니 탈퇴했다. 고가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가진 다른 회원들에 비해 보급형인 콤팩트디지털카메라를 가진 김씨가 쉽게 어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 DSLR 제품을 사용했던 동아리 회원들 사이에서도 고급과 입문 과정 등으로만 나뉘어져 있었다”며 “다른 회원들에게 눈치가 보여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학생들의 주요 취미 생활인 동아리에 과시형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나 악기, 운동 장비 등을 활용한 동아리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대학내 이질감마저 조장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동아리내 장비 경쟁은 대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남에 사는 대학생 구지은(21)씨는 “교내 록밴드 동아리에 가입한 직후 본인 악기를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동아리에 구비된 대여 악기를 사용하는 지에 따라 동아리 내 계급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악기 보다는 밴드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가입했는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최근 고가의 기타를 장만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에 사는 대학생 김재영(24ㆍ가명)씨는 “자전거와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각각 장비를 구입하는 데 200만~300만원씩은 지출했다”며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이 정도 장비는 구입해야 다른 동아리 회원들과 교류를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형편으로 동아리 활동에 과도한 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업체인 알바몬이 지난 4월 대학생 496명을 대상으로 한 달 용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69만원으로 집계됐다. 대학생들에겐 고가의 동아리 활동 장비 구입이 지나치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월 진행된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7%가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동아리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자전거 동아리에서 나왔다는 대학생 A씨(22)는 “서울시 공공 자전거와 비슷한 모양의 내 자전거를 보고 동아리 회원들이 놀리는 것을 들었다”며 “친구도 사귀고 취미생활도 하고 싶었지만 비싼 자전거를 살 형편이 아니어서 그들과 어울릴 순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 결국 동아리를 탈퇴했다”고 전했다.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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