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 구단주들이 ‘무릎 꿇기’ 퍼포먼스로 경찰의 소수인종 차별에 항의해 온 선수들에 대해 이를 금지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례 동참을 독려하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등 언론들은 전날 NFL 구단주들이 뉴욕 맨해튼에서 정례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선수들의 무릎 꿇기 저항에 대해 별도의 징계 규정을 마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선수 노조 측도 배석한 가운데, NFL 수장인 로저 구델 사무국 커미셔너는 ‘선수들의 기립을 강제하기로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기립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다른 참석자는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선수들에 대한 처벌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NYT에 전했다.
하지만 NFL 측의 결정 후 또다시 선수들의 출전 정지 또는 퇴출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와의 논박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NFL 회의 결과가 발표된 다음 트위터를 통해 “NFL이 국가연주 때 선수들의 기립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며 “조국에 대한 완전한 무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구델은 추가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연주 때 모든 이들이 기립해야 한다는 게 맞다”며 “미국 국기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중요하고, NFL 팬들도 원하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무릎 꿇기 시위를 하는 6명 안팎의 선수 수를 ‘제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NFL 선수들의 무릎 꿇기 시위는 지난해 8월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을 맡았던 콜린 캐퍼닉이 시작했다. 캐퍼닉은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가 연주 도중 한쪽 무릎을 꿇었고 일종의 ‘국민의례 거부’ 퍼포먼스로 확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선수들을 해고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확산, 이달 초에는 포티나이너스 선수들이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자, 관람석에 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곧바로 일어나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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