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 스포츠클럽의 모습./사진=대한체육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 골(16골)의 주인공 미로슬라프 클로제(39ㆍ독일)는 독일의 생활 스포츠 시스템을 등에 업고 성장한 축구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는 폴란드 출생이지만, 8세 때 독일로 건너와 목공 일을 하면서 틈틈이 스포츠클럽 축구를 즐겼다. 독일올림픽위원회(DOSB)에 따르면 독일에는 9만1,000여 개의 스포츠클럽이 있고, 회원 수는 인구(8,070만 명)의 약 29%에 해당하는 2,300만여 명에 달한다.
인근 국가 프랑스 역시 생활 스포츠 저변이 넓은 나라 중 하나다. 프랑스 교육부는 ‘오전 수업, 오후 체육’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범사업 첫 해인 2010년엔 약 7,000여 명, 이듬 해엔 약 1만 5,000명의 학생들이 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활 스포츠의 현실은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열악한 수준이다. 2013년부터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선정한 지역기반 공공스포츠클럽은 현재 52개가 전국에서 운영 중이며, 최근 끝난 2차 공모를 통해 22개가 추가될 계획이다. 대한체육회는 2022년까지 229개 클럽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경기도 평택시 안일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재직 중인 이승철(32)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이들도 운동 부족을 겪곤 한다. 그러나 막상 국내에는 생활 스포츠 시설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며 “체육교육계는 생활 스포츠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규 체육수업만 있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스포츠클럽 수업이 추가로 생겼다. 한 주를 기준으로 중학교 1, 2학년생들의 경우 정규 체육수업 3회(1회당 45분)에 스포츠클럽 수업 1회를 실시한다. 중학교 3학년생들은 정규 체육수업 2회, 스포츠클럽 수업 2회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씨는 국내 생활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선 전문 교육을 받은 지도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일선 학교에 편성된 예산이 제한적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을 비롯한 생활 스포츠인들이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스포츠를 즐기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일 생활체육교류 축구 경기 모습./사진=대한체육회 제공.
1980년대 ‘아시아의 인어’로 불린 최윤희(50) 등과 함께 수영 국가대표를 지냈던 육현철(55) 한국체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육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시민들이 수영장 이용 등록을 하려 할 때 길게는 몇 달을 대기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수영교육 의무화 방안과 관련해 연구해보니 국내 초중고, 대학까지 학교 수영장 보급률이 1.3%밖에 되지 않더라. 수영장을 비롯해 생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과 공간들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구민체육센터 등 시설들이 곳곳에 있어 국민들이 저렴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는 서울에서도 그러한 시설이 구마다 1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 정도 시설로는 생활 스포츠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노인들이 생활 스포츠 대신 화투, 음주를 즐기며 건강이 악화되고 그로 인해 건강 보험이 소비되는 현상도 그와 관련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육 교수는 “생활 스포츠 전문 지도자가 늘어나야 한다. 선수들은 정리 운동을 준비 운동 못지 않게 열심히 하고 소중하게 여기는데 생활 스포츠인들은 그런 것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대 파열과 경추, 요추 손상 등 크고 작은 부상들을 입는다. 생활 스포츠인들의 안전 문제를 위해서라도 생활 스포츠 전문 지도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자들의 자질 개선도 주문했다. 그는 “다만 단순히 시험만 치를 게 아니라 시험과 함께 장기간 연수를 거친 후 지도자를 선발해야 한다. 그래야 질적으로 우수한 지도자들이 배출된다. 아울러 생활 스포츠 지도자들의 처우 수준은 열악하다. 급여가 적은 데다, 비정규직이 많다. 그런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 교수는 “생활 스포츠 저변이 확대된다면 생활 스포츠인들 중에서도 우수한 자원이 발굴될 것이기 때문에 넓게는 엘리트 체육의 발전도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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