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복무 중 부상 전역 후 악화’
국가 책임 인정 판결로 주목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어 이념편향 논란 거셀 듯
청와대가 18일 유남석(60) 광주고등법원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법조계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더욱 진보적 색채를 띠게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9개월간 8인 체제였던 헌재가 정상 가동이 가능해진 데 대한 환영과 동시에 일각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어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 구성원 인선에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가 연달아 임명되면서 이념 편향 비판도 나온다.
유 후보자는 경기고ㆍ서울대를 졸업하고 1986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31년간 판사로 재직한 ‘정통 법관’이다. 88년 6월 제2차 사법파동 당시 박시환 전 대법관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과 함께 우리법연구회를 결성한 창립 멤버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연구회 소속 판사 명단이 공개되면서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탈퇴했다고 한다. 93년 평판사 시절 헌법연구관으로 헌재에 근무했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인 2008년부터 4년간 수석부장연구관으로 헌재에 파견 근무해 헌법재판 이론과 실무에 정통하단 평을 받는다.
유 후보자는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을 다수 내렸다. 2003년 서울행정법원에서는 군복무 시절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역했다가 이후 증상 악화로 장애가 생긴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4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중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를 받자 회사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사직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2000년 성남지원에서는 집중호우로 둑이 붕괴돼 숨진 시민들의 유족이 경기 성남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수재라도 시설물 관리상 잘못이 있다면 관청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유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재판관으로 임명되면, 지난 1월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퇴임 이후 공석이던 자리를 메우게 된다. 유 후보자는 대통령이 지명권을 가지는 재판관 3명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임명동의안이 상정되지 않았던 김이수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달리 빠른 시일 내에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상 헌법재판관 9명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한다.
이날 유 후보자는 대법원을 통해 “헌법재판관 지명 소식을 듣고 무엇보다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면 기본권 보호와 헌법 수호를 위해 맡겨진 소임을 정성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 후보자가 합류하면 헌재 결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원재판부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다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된 사건이 유 후보자 합류로 전혀 다른 운명을 맞을 가능성도 열린다. 2010년 14년 만에 다시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도는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간신히 합헌을 유지한 대표적인 예다. 현재 사회적으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종교적 대체복무제 사건은 헌재 판단을 앞두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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