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송치된 이영학(35ㆍ구속)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특히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 경찰 조사과 비교해 진술이 조금씩 바뀌거나 아예 진술을 회피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행 사실도 인정했다 부인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서울 북부지검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영학이 살해와 사체 유기 혐의는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살해 동기 및 경위 그리고 추행 여부와 내용에 대해서는 이영학 진술이 경찰 조사 내용과 조금씩 다르거나 진술을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현재 경찰 조사 내용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영학과 딸 이모(14)양 진술을 토대로 이영학이 지난달 30일 딸 초등학교 동창 김모(14)양을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했고, 다음 날 낮 12시30분쯤 깨어난 김양이 저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봤다. 그러나 이영학은 검찰 조사에서 김양을 성추행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범행 방법 등에 대해서는 “말 못한다” 등으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를 포함 살해 동기와 범행 시점 등도 경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죽었으니 사체 유기는 명백한 동기가 있는데 왜 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정도로 판단을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영학의 태도 변화가 ‘형량 줄이기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범행 동기 내용에 따라 검찰 구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영학이 인지할 정도냐”는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그 정도) 판단력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이영학 진술이 계속 변하고 있다. 왔다갔다하는 진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술들 중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이나 증거들을 앞으로 확인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영학 1차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22일 전에 이영학에 대한 구속연장 청구를 할 예정이다. 더불어 딸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는 경찰 보완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