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개막부터 부상 악령
문경은(46) 프로농구 서울 SK 감독은 지난 17일 개막 2연승의 기쁨보다 근심이 가득했다. 우승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 울산 현대모비스를 시즌 첫 대결부터 제압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간판 가드 김선형(29ㆍ187㎝)을 잃었다. 김선형은 3쿼터 도중 속공 상황에서 레이업 슛을 성공한 이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 발목을 접질렸다. 발목이 심하게 꺾인 탓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김선형을 일어나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갔다. 문 감독은 “양말까지 피가 묻었다”면서 “큰 부상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SK는 18일 “김선형이 오른쪽 발목 외측 인대 파열과 종골(복숭아뼈 아랫부분) 일부 골절 진단을 받았다”며 “이날 오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팀 닥터 양규현 박사의 집도로 인대 접합 수술을 마쳤다”고 밝혔다. 재활에는 12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SK가 개막 두 번째 경기 만에 ‘대형 악재’를 만난 것. 국가대표 주전 가드 김선형은 빠른 공격 전개에 능한 리그 정상급 선수다. 올 시즌 팀 주장까지 맡아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또 세 시즌 만에 재회한 애런 헤인즈(36)와 찰떡호흡을 과시하며 2012~13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영광을 재현하려고 했으나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를 피하지 못했다.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문 감독은 “비시즌 (김)선형이가 대표팀에 차출될 때를 대비해서 준비했던 플랜 B를 가동하겠다”며 백업 가드 정재홍(30ㆍ178㎝)을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정재홍은 올 여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3년, 연봉 2억2,000만원에 도장을 찍고 고양 오리온에서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정재홍은 경기 운영과 3점슛 능력이 좋은 준척급 가드 자원이다. 김선형의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일찍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정재홍은 김선형이 빠진 현대모비스전에서 4쿼터에만 3점슛 1개와 자유투 2개로 5점을 넣고 마지막까지 팀의 리드를 지켰다.
부산 KT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토종 빅맨 김현민(30ㆍ199㎝)이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 됐다. 그는 14일 현대모비스와 시즌 첫 경기에서 갑자기 오른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검진 결과,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파열 진단을 받았다. 김현민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계약 기간 5년, 연봉 2억3,000만원에 FA 계약을 하고 KT의 주전 4번(파워포워드)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불의의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빅맨 자원이 많지 않은 KT에 김현민의 이탈은 뼈아프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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