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살 된 시장 현대화 작업 4년
판매 품목별로 천막들 색깔 구분
점포마다 상인 사진ㆍ사연 내걸고
“평창올림픽 때 세계인 방문 준비”
“농산물은 녹색, 먹거리는 주황색, 옷은 보라색 천막을 찾아가면 됩니다.”
지난 17일 찾은 강원 평창 ‘봉평 5일장’의 첫인상은 깔끔함 그 자체였다.
매일 장이 서는 상설 시장이 아님에도 봉평장에는 천막 없이 물건을 파는 ‘난전’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특히 상인들이 물건을 파는 천막 색깔은 품목별로 통일이 돼 있어 이 상점이 무슨 물건을 파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봉평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천막에는 상인 사진과 해당 점포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미니 간판도 설치했다”며 “봉평장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편리한 시장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평장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문학 속 시장’이다. 봉평이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무대이다 보니 봉평장 골목길 이름은 모두 이 소설에서 따왔다. 또 ‘소금을 뿌린듯이’ ‘기막힌 밤이었어’ 등 소설 속 유명 글귀를 시장 곳곳에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해 봉평장을 소설과 어우러지는 특색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남진모 봉평 문화관광형시장사업단 팀장은 “`동이장터길` `허생원장터길` 등으로 이름 붙여진 시장 골목길을 걸으며 사람들은 소설 속 봉평장을 떠올린다”며 “이효석과 그의 작품을 테마로 한 포토존이 시장 곳곳에 설치되면서 봉평장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3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봉평장이 현대화의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강원도청과 상인들은 현대화한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정부도 2015년부터 봉평장을 국내 대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약 5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테마 거리 조성과 시설 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봉평시장 현대화 사업 결과 시장 유동인구는 그 이전에 비해 2.5배 늘고, 상인들의 매출도 30%씩 증가했다”며 “특히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봉평장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봉평=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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