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인대 제프리 C 홀(72), 브랜데이스대 마이클 로스바시(73), 록펠러대 소속 마이클 영(68) 교수가 생체시계가 인간의 행동 및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수면시간과 건강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이가 들수록 단순 노화가 아닌, 수면부족으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영 일간 가디언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 수면센터 소장인 매튜 워커 박사의 저서 ‘우리가 잠자는 이유’(2017)를 인용, 나이가 들수록 수면 부족으로 인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사람은 수면 시 꿈을 꾸지 않는 상태인 ‘비(非) 렘수면’과 꿈을 꾸는‘렘수면’ 상태를 반복한다. 비 렘수면은 얕은 수면부터 깊은 수면인 숙면 상태까지 3단계로 나눠지는데, 3단계인 깊은 수면 단계, 즉 숙면 단계가 피로한 육체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숙면이 오래 지속될수록 동일한 시간 잠을 자도 더 많은 활력이 생긴다.
수면이 중요한 이유는 수면 중 ‘글림프 시스템’으로 불리는 뇌의 독성 물질 제거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잠을 자는 근본적인 목적은 뇌에 쌓인 독성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활동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같은 독성 물질도 제거 된다. 또한 수면 중에는 노폐물 제거 속도가 깨어있을 때보다 10배 가까이 빠르다. 따라서 수면이 부족할 경우, 상대적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깊은 수면을 돕는 뇌파가 약해져 숙면 단계로 진입은 물론, 수면 자체가 힘들어진다. 40대 중후반이 되면 같은 시간을 자도 수면 효율은 10대 시절의 30%에서 40% 수준으로 떨어지고 70세가 되면 10~20%까지 줄어든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잦은 신체 통증으로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밤마다 자주 일어나 화장실을 가게 돼 수면 효율은 더 감소한다.
요즘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불면증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이는 인간의 생체리듬과도 관련 있다. 생체리듬은 하루 태양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행동 패턴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쉬도록 유도된다. 특히 어둠이 짙어진 밤 9시 무렵부터는 수면 유지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그러나 야근과 학업 등으로 밤 늦게까지 인공 조명 아래 노출될 경우, 멜라토닌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수면 시간이 늦어지게 되고, 결국 생체리듬이 깨지게 된다. 워커 박사는 “노년층의 경우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적어지기 때문에 수면 부족이 더 심각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서 처방 받은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박혜인 인턴기자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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