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올림픽의 시작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였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처음 닻을 올린 월드컵에 비해 훨씬 역사가 길다. 하지만 대회의 흥을 돋우고 붐 조성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마스코트는 월드컵에서 먼저 등장했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 때 사자가 공을 차는 모습을 의인화한 ‘윌리’가 월드컵 최초의 마스코트다.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 잭이 그려져 있는 상의를 입고 갈기를 휘날리는 늠름한 모습이다. 잉글랜드 월드컵은 윌리의 인기에 힘입어 4년 전 칠레 대회(77만 명)의 배가 넘는 161만 명의 관중을 동원해 흥행에 대박을 터트렸다.
이에 자극을 받은 올림픽은 1972년 뮌헨 하계 대회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 부터 인정을 받은 공식 마스코트 ‘발디’를 선보였다. 독일인들이 많이 기르는 사냥 개, 닥스훈트를 형상화해 디자인했다. 운동선수들에게 필요한 저항력, 끈기, 민첩성을 상징했다고 한다. 1876년 출범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초 마스코트는 뉴욕 메츠의 ‘미스터 메트(Mr. Met)’라는 게 정설이다. 미스터 메트는 1964년 메츠의 홈구장 셰이스타디움 건립과 함께 등장했으며 양키스로 쏠린 뉴욕의 팬 심을 메츠 쪽으로 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스코트로 손꼽히는 건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필리 패너틱’이다. 어떤 동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녹색의 전신 탈을 쓰고 어린이 팬을 반겼던 필리 패너틱은 치어리더에서 만능 엔터테이너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면서 유소년 팬 유치에 큰 획을 그었다. 미스터 메트와 필리 패너틱은 2005년 만들어진 ‘마스코트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기도 했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시초를 연 프로야구도 1982년 개막일 당시 6개 구단이 일제히 마스코트를 선보였다.
OB 베어스와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는 구단 이름에서 보듯 동물을 내세웠고 삼미 슈퍼스타즈는 ‘슈퍼맨’, 롯데 자이언츠는 거인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마스코트를 그라운드의 엑스트라 정도로 여겼지만 기발한 퍼포먼스와 아이디어로 큰 인기를 끈 넥센 히어로즈의 ‘턱돌이’를 기점으로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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