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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세터로 돌아온 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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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세터로 돌아온 황동일

입력
2017.10.17 15:5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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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붙박이 세터 기회 잡고

매일 2000개 토스에 심리 코칭도

삼성화재 세터 황동일이 올 시즌 부활을 꿈꾸고 있다. 황동일이 지난 15일 KB손해보험과 원정 경기에서 토스하는 모습.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삼성화재 세터 황동일이 올 시즌 부활을 꿈꾸고 있다. 황동일이 지난 15일 KB손해보험과 원정 경기에서 토스하는 모습.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같은 값이면 대부분의 지도자는 당연히 장신 세터를 원한다.”

세터 출신의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신치용(62)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 단장의 말이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장신 세터는 더 대접을 받는다. 장신 세터는 토스 타점이 높아 빠른 공격이 가능해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리기 쉽다. 리시브가 불안해 상대 코트로 넘어갈 것 같은 불안한 공 처리도 가능하고 블로킹 벽도 더 단단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한국 배구 역사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장신 세터는 드물다. 진창욱(193cm), 방지섭(193cm), 송병일(196cm) 등이 거론되지만 ‘2% 부족’했던 게 사실. 문일고 시절부터 최대어로 꼽히며 장신 세터의 새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선호(195cm)는 성균관대 진학 후 정체했고 우여곡절 끝에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 센터로 변신해 태극마크를 달고 팀의 전성시대를 이끈 뒤 은퇴했다.

올 시즌 프로배구 V리그에서 주목 받는 장신 세터가 있다. 삼성화재 황동일(31ㆍ194cm)이다.

그는 2008년 프로 입단 때부터 신선호가 못 이룬 꿈을 대신할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다. 2008~09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뒤 곧바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 됐고 그 해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11년 대한항공, 2014년 다시 삼성화재로 이적했다. 대한항공에서는 한선수(32), 삼성화재에서는 유광우(32ㆍ현 우리카드)에 밀려 좀처럼 게임을 못 뛰었다. 삼성화재로 온 황동일은 팀 사정에 따라 라이트와 센터 등을 오가야 했다. 세터 황동일의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였다. “대학 때 과대평가됐던 것”이라는 야박한 평가도 뒤따랐다.

점수를 올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는 황동일(오른쪽 두 번째).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점수를 올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는 황동일(오른쪽 두 번째).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올 시즌 황동일에게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유광우가 우리카드로 팀을 옮기면서 황동일은 약 4년 만에 ‘붙박이 세터’로 한 시즌을 소화하게 됐다. 물론 후배 세터 이민욱(22)과 주전 다툼을 하는 처지다. 황동일은 밤낮으로 2,000개씩 토스 훈련을 하며 감각 회복에 애를 썼다. 20점이 넘어가는 등 승부처만 오면 과도하게 긴장하는 등 멘탈에 문제점을 드러냈던 그는 개인 돈을 들여 몇 차례 심리 코칭도 받았다.

이제 막 뚜껑을 연 황동일 기량은 ‘절반의 합격’이다. 삼성화재는 황동일이 주전으로 나선 지난 15일 KB손해보험과 첫 경기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신진식(42) 삼성화재 감독은 “세터 황동일과 타이스(26)의 호흡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면서도 “토스의 높이는 오히려 더 좋다. 염려 없다”고 힘을 실어줬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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