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글로벌 전자기기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친환경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미국 회사 애플과 네덜란드 업체 페어폰은 B등급을 받았다.
그린피스는 17일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주요 전자기기 제조업체 17곳의 친환경 실태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 ‘친환경 전자제품 구매 가이드’를 발간했다. 정보통신(IT) 기업이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고 앞으로 어떤 분야를 더 개선해야 하는지 분석한 결과다. 그린피스는 2006년부터 IT 기업들이 제품 생산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며 자원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이번 보고서의 평가 영역은 크게 3가지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자원 소비 절감 ▲독성 화학물질 사용 배제다. 각 영역은 정보 공개의 투명성, 목표 설정 및 이행 약속, 실제 사용 실태, 관련 정책 지지 노력 등의 기준으로 평가했다.
종합 점수에서 페어폰이 전체 평점 B로 비교 대상 17개 업체 중 1위를 차지했고 B-를 받은 애플이 2위로 뒤를 이었다. 국내 기업 중 LG전자는 D+로 중위권에 위치했으나 삼성전자는 D-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미국 아마존과 중국의 오포, 비보, 샤오미는 낙제 등급인 F를 받았다.
201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창립된 페어폰은 에너지 부문 B, 자원 부문 A-, 화학물질 부문 B-의 평가를 각각 받아 종합점수 B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환경 영향이 적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애플은 에너지 부문에서 17개 기업 중 가장 높은 A-를 받았으나, 자원 부문에서 C, 화학물질 부문에서 B를 받아 종합점수 B-로 전체 순위 2위에 그쳤다. 이어 델과 HP가 C+, 레노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C-로 6위 안에 들었다.
LG전자는 에너지ㆍ자원ㆍ화학물질 부문에서 각각 D, C-, D+를, 삼성전자는 각각 D, D, D-를 받았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매년 10~15%씩 증가하고 있지만 자사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매우 빈약하다”며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를 협력사로까지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시설 운영에 1만 6,000G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했으나 그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1.09%에 불과했다. 그린피스는 또 아마존은 환경 성과에 관련해 “전 세계에서 가장 투명성이 부족한 기업 중 하나”이며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은 늘려왔지만 “투명성이 많이 떨어지며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의지도 현저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린피스는 전자제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해결책으로 ▲협력업체 환경 영향에 대한 책임 강화 ▲친환경 제품 설계 추구 ▲폐전자제품 처리에 대한 의무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이인성 IT 캠페이너는 “전자기기 생산에서 탄소 배출의 75% 이상, 많게는 80% 가까이가 완제품 조립 단계 이전 부품ㆍ소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부품 공급사로서 삼성전자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확대에 앞장선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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