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이면 하루 소모 열량 소진, 수분도 틈틈이 보충을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지난달 25일 시작한 단풍은 18일엔 절정을 맞는다. 특히 올 단풍은 여느 때보다 화려해 산행을 유혹한다. 하지만 준비 없이 산에 올랐다간 자칫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고열량 비상식량을 미리 준비하고, 수분을 충분히 마셔 탈수를 예방하고, 옷도 겹겹이 입어 저체온증을 막는 게 중요하다.
초콜릿 등 고열량 비상 식량 준비를
등산은 일반운동보다 높은 칼로리를 요구한다. 시간당 400~800㎉를 사용해 빨리 걷기나 수영의 두 배나 된다. 3시간 이상 산에 오르면 일상생활에서 하루 소모하는 열량을 모두 쓰는 셈이다. 따라서 등산 전에 에너지로 빠르게 바뀌는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를 적당히 해야 한다. 초콜릿, 견과류, 과일 등 고열량 비상식량을 준비해 허기지지 않도록 틈틈이 먹는 게 좋다.
수분 보충도 중요하다. 평소 우리 몸의 수분 함유량은 체중의 50% 정도다. 일상 생활할 때는 하루 2~3ℓ 정도 빠져나가고 들어 온다. 그러나 오래 등산하면 1∼1.5ℓ 이상 추가로 손실된다. 체내에서 빠져 나간 물과 전해질을 보충하지 않으면 탈진되고 혈액 흐름이 나빠질 수 있다.
탈수증은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생기므로 물뿐만 아니라 염분까지 보충해야 한다. 혈액 내 안정적인 나트륨 농도는 140nmol/L다. 나트륨 농도가 135nmol/L 이하로 떨어지면 메스꺼움ㆍ구토ㆍ뇌부종 등이 나타난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에 등산하면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도 조심해야 한다. 전신 떨림이 생기고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뛴다. 지속되면 호흡 곤란, 의식 저하 등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산행 시 휴식하다가 많이 생기는데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떨어져서다. 옷을 겹겹이 입어 열 손실을 줄여야 한다.
등산 시 무릎 하중 체중의 7~10배 달해
산을 오를 땐 편하게 오르다가 하산할 때 갑자기 무릎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오르막보다 내리막 길에서 무릎에 전달되는 하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평지를 걸을 때 무릎에 실리는 하중은 체중의 3~6배 가량이다. 하지만 등산할 때는 7~10배의 하중이 무릎에 가해진다. 체중이 60㎏이라면 걸을 때는 180~360㎏, 뛰거나 산에 오를 때는 420~600㎏의 하중이 무릎에 실린다.
무릎 부담을 줄이고 안전한 산행을 하려면 적절한 보행기술을 익히고 장비를 준비하는 게 도움 된다. 발목까지 보호하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지팡이ㆍ스틱을 쓰면 하체에 몰리는 하중을 30% 정도 분산할 수 있다. 또 등산할 때보다 하산 시 무릎에 더 큰 충격을 주므로 이 때에는 보폭을 작게 하고 천천히 걸으면 좋다.
하산 시 생기는 무릎통증의 원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반월상연골 문제다. 반월상연골은 관절 안쪽과 바깥쪽에 있으며 무릎 중간뼈 사이에 든 물렁한 조직은 관절 연골을 보호하고 무릎 관절의 움직임을 원활히 한다. 이 부분이 찢어지거나 파열되면서 통증이 생긴다.
무릎 안에서 소리가 나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설 때, 계단이나 경사진 길을 오를 때 무릎이 아프면 스틱을 이용하거나 주변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또 발목이 삐끗했다면 손수건에 찬물을 묻혀 마사지하면 좋다. 상태가 심하면 손수건이나 신발끈, 등산스틱 등으로 발목을 고정한 뒤 천천히 발목을 움직여 점검한다.
등산 전후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은 필수다. 가볍게 근육을 푸는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후, 산행 시 가장 많이 쓰는 허벅지와 종아리를 중심으로 마사지한다. 윤성현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바위가 많은 국내 산은 실족이나 추락하면 찰과상, 골절, 뇌진탕 등은 물론 심하면 사망한다”며 “발에 맞는 등산화를 신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안전한 산행을 위한 예방법과 사고대응 정보를 홈페이지에 내놨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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