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만 왜 아버지와 입장?”
시댁에 ‘전해지는 느낌’ 불만
신랑ㆍ신부 동시입장 선호해
“꼭 폐백 해야 하나요”
똑같이 어렵게 키워준 부모인데
시댁 어른들께만 인사는 차별적
“일상 속에서 성평등 실천 늘며
결혼〓동등한 결합 인식 변화”
“왜 신부만 아버지가 신랑에게 데려다 주나요?”
올 4월 혼인한 신부 김모(26)씨는 결혼식 문제로 신랑과 옥신각신했다. 신랑은 식장에 혼자 입장하는데 왜 신부만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해야 하는지가 일단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아버지가 딸을 시댁으로 영영 보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아버지 손을 거쳐 ‘전해진다’는 느낌도 좋지 않았다. 다행히 김씨 고민에 신랑도 동의. 결국 둘은 신랑과 신부가 함께 입장하기로 합의했다. 주례 대신 김씨 아버지가 부부에게 쓰고 낭독한 편지엔 “내 딸을 잘 부탁하네” 대신 “사위를 우리 가족으로 맞게 돼 행복하다,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집안끼리의 행사가 아닌 우리 둘을 위한 파티를 만들기 위해 생각한 것들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신랑 신부, 남녀가 평등한 결혼식이었다고 친구들이 평가해 줬다”고 했다.
결혼의 계절 가을을 맞아 기존과는 다른 그들만을 위한 식을 만들어가겠다는 예비부부들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폐백이나 부케 던지기 등 신랑 혹은 신부만을 위한 의식을 양측이 동등하게 하는, 양성이 평등한 결혼식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실제 각종 결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꼭 폐백을 해야 하나요” “부부가 식장에 동시에 입장해도 괜찮을까요” 같은 고민 글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차별적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꼬집는다.
폐백이 대표적. 11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이모(29)씨는 “우리 부모님도 소중한데 왜 폐백을 올릴 때 시댁 어른들께만 인사를 드려야 하냐”고 했다. 많은 예비신부가 “똑같이 어렵게 키워준 부모인데 신부 쪽은 손님처럼 지켜보기만 한다”고 공감한다. 이씨는 번거롭고 비용만 들어 폐백을 생략하고 싶지만 시댁이 강력히 원하고 있어 고민이다. 16일 웨딩업계 관계자는 “최근 손님 중 폐백을 빼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된다”며 “지난 주말에는 예식을 치른 부부 80쌍 중 단 한 쌍만이 폐백 음식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조모(28ㆍ여)씨 부부는 신부와 신랑이 모두 아버지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모두 소중한 부모님인데 굳이 한쪽만 같이 입장할 이유가 없지 않냐”는 것이 이들 생각. 8월 결혼한 회사원 윤모(33)씨는 신부가 부케를 던지는 대신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직접 부토니아(양복 상의에 꽂는 꽃)를 던졌다. 윤씨는 “성별 고정관념을 깨면서 재미있는 추억까지 남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일상 속에서 성 평등을 실천하려는 시민이 다수가 되면서 결혼 문화도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다”면서 “결혼을 통해 가부장적 질서에 여성을 편입시키기보다 개인과 개인의 동등한 결합을 강조하는 추세가 더욱 일반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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