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위반 주장에 “개선 강구”
ATM 수수료 인하 등도 검토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논란엔
“금융위, 삼성 뒤 봐주지 않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한 뒤 인허가 과정 전반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아울러 저소득층 배려 차원에서 은행 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폐지하거나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케이뱅크 특혜 인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특혜 의혹을 쏟아냈다. 박찬대·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뱅크 주주간 계약서에 담긴 내용을 감안할 때 케이뱅크 주요주주인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은 사실상 동일인으로, 이는 은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주요 주주사 3곳이 주주간 계약서를 통해 이사 추천권(9명 중 5명)을 장악하고, 주주들이 5년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강제해 사실상 공동의결권을 행사하는 동일인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주요주주가 동일인으로 묶이면 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는 만큼 법 위반 여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역시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인 우리은행 사업보고서를 보면 케이뱅크에 출자한 걸 두고 정책적 출자로 명시하고 있는데, 정부가 우리은행 팔을 비튼 거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인가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동일인 논란에 대해선 “계약서상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국감서 제기된 인허가 과정 전반을 다시 살펴본 뒤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선 금융위가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이건희 삼성회장이 차명계좌에서 4조4,000억원의 돈을 아무 대가 없이 빼갈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은 2008년 특검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드러나자 모두 실명으로 전환한 뒤 누락된 세금은 납부하고 (나머지는)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는데, 애초 설명과 달리 실명 전환 없이 이 회장 명의 계좌로 돈만 옮겨갔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실명법에 따라 비실명계좌는 모두 실명으로 전환해야 하고 지금이라도 징수하지 못한 과징금과 이자 및 배당소득세를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7년 이후 차명으로 운영된 것을 고려하면 예상되는 과징금만 수조원에 이른다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명의인이 실명으로 거래를 했다면 실소유주가 누구든 간에 실명 거래로 본다는 2009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라며 “금융위가 왜 삼성 뒤를 봐줬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은 또 저소득층의 ATM 수수료 부담이 큰 만큼 사회공헌 차원에서 수수료를 없앨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제안에 대해선 “금융업 근간 중 하나인 가격책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데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지만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가능한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대 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ATM 수수료 부과건수 76만건 중 연 소득 2,760만원 이하의 1분위 차주에 부과된 건수가 44만여건으로, 전체의 58.36%를 차지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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