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불구속기소 의견

회삿돈 30억원을 빼돌려 자택공사비로 쓴 혐의를 받는 조양호(68)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조 회장과 시설담당 조모(54)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70억원 중 30억원을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인천 영종도 그랜드하얏트호텔 공사비에서 가져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와 영종도 호텔 공사는 같은 업체가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있음에도 혐의를 부인하는 조 회장과 가담 정도가 중한 조 전무 모두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영장 신청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지난 8월 중순 자금 유용에 핵심 역할을 한 건설부문 김모(73) 고문과 조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김 고문만 구속되고 조 전무 영장은 검찰에서 반려됐다. “조 전무가 당시 부인했던 혐의를 최근 조사에서 시인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다만 조 회장과 같은 혐의로 입건된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범행 가담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7월 초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조 회장과 부인 이 이사장을 각각 지난달 19일과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으로 해당 인테리어업체가 연루된 다른 대기업 총수 일가 공사대금 비리 수사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경찰은 해당 업체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맡으면서 차명계좌에서 발행한 수표로 대금을 지불 받은 정황을 포착, 8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삼성그룹 일가 자택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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