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원 설립 과정서
생ㆍ손보협회 업무 인계 안 돼
‘찾아주기 서비스’ 돌연 중단
3년간 상속인에게 안내 전무
1300억은 청구 시효도 지나
“보여주기식 정책 대표 사례”
정부 주도로 보험사들이 지난 2012년 시작했던 ‘사망보험금 찾아주기 서비스’가 금융당국의 무관심 속에 시행 3년 만에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약 4,000억원의 사망보험금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1,300억원은 이미 소멸시효까지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정책을 내놓을 때는 요란하지만 사후 관리에는 소홀한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의 대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생명ㆍ손해보험협회 등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보험사들이 상속인에게 사망보험금 수령 권리를 안내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2년 6월 생ㆍ손보협회, 행정안전부와 함께 유족이 사망자의 보험가입 사실을 몰라 보험금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사망보험금 찾아주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생ㆍ손보협회가 매년 상ㆍ하반기 행안부의 사망자 정보를 활용해 전년도에 사망한 보험가입자를 추려 각 보험사에 전달하면, 보험사가 유족에게 보험금을 찾아가라고 안내하는 방식이었다. 보험사들은 2013~2014년 2년간 6만2,394명(보험금 4,500억원 추정)의 유족에 사망보험금 권리를 안내했고 이 중 1만2,618명이 888억원의 보험금을 찾아갔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2015년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돌연 중단했다. 이듬해 1월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인 한국신용정보원이 세워지면 그간 생ㆍ손보협회가 하던 일을 신용정보원이 해야 했는데, 당시 금융당국이 이와 관련해 별다른 지침을 내놓지 않자 보험사들이 이에 편승해 업무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보험사에 관련 정보를 건네 왔던 생ㆍ손보협회도 2015년 이후 손을 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과도한 정보집중 논란을 빚었던)신용정보원 설립 과정에서 행안부에 사망자 정보를 어떻게 요청할 것인지를 두고 금융위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금까지 업무공백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 가까이 서비스 중단을 방치하던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서야 대안을 마련했다. 보험협회 사이트에서 사망보험금을 비롯한 모든 보험금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올 연말까지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도 유족이 사망자의 보험가입 사실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있지만 실적이 저조하다”며 “흐지부지된 정책은 놔둔 채, 조회 범위만 넓힌다 해서 소비자에게 더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당국의 무관심 속에 장기간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주인 잃은 사망보험금은 점점 불어나고 있다. 최운열 의원은 2014년 실적을 바탕으로 2015~2017년 3년간 방치 상태에 빠진 보험금이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2015년 3월 이전(2015년 3월 이후부턴 3년)엔 보험금 소멸시효가 2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보험금 1,300여억원은 이미 청구 시효가 지난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효가 지났어도 가입자가 청구하면 다 받을 수 있어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도 적지 않아 문제 없다는 정부 설명은 틀린 것”이라며 “정부가 눈에 띄는 거창한 계획만 내놓을 게 아니라 유족들이 쉽게 보험금을 찾아갈 수 있게 기존 서비스 정책을 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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