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총선 국민당 승리 유력
출구조사 30% 득표율로 1위 차지
反난민 극우 자유당과 연정 예상
유럽 정치권 우경화 흐름 거세질 듯
오스트리아가 유럽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를 배출하게 됐다.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당(OVP)의 승리가 점쳐지면서 당을 이끄는 제바스티안 쿠르츠(31) 외무장관의 총리 등극이 유력해졌다. 또 국민당은 반(反)난민을 표방하는 극우 자유당(FPO)과 연합정부를 꾸릴 것으로 예상돼 유럽 정치권의 우경화 흐름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하원의원 183명을 뽑는 이날 총선에서 국민당은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원내 다수당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 직후 공개된 현지 공영방송 ORF의 출구조사 결과, 국민당은 30.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자유당과 집권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O)이 각각 26.8%, 26.3%의 지지를 얻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민당의 총선 승리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대세였다. 국민당은 지난해 12월 대선에서도 자유당에 뒤져 결선투표 후보자조차 내지 못했다. 지지율이 급반등한 건 5월 31세에 불과한 쿠르츠 장관이 당권을 장악하면서다. 쿠르츠는 ‘원더보이’란 별칭답게 강한 추진력을 무기 삼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보수 버전’으로 불린다. 그는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노동자층의 불만이 커지자 유럽연합(EU)의 반대에도 난민이 들어오는 경로(발칸 루트)를 폐쇄해 보수 유권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또 오스트리아에서 5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복지 혜택을 불허하는 등 이민 반대 색채를 분명히 한 공약을 내세워 30%대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던 자유당 표심을 대거 흡수했다. 영국 BBC방송은 “졸지에 극우 기반을 빼앗긴 자유당이 쿠르츠를 ‘협잡꾼’이라 비난할 정도”라고 전했다.
국민당이 다수당을 탈환하면 쿠르츠는 마크롱(39세) 대통령을 제치고 유럽 최연소 국가지도자 자리를 거머쥐게 된다. 다만 국민당은 난민 문제와 실업 등 복지 정책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은 사민당과 일찌감치 결별을 못박아 자유당을 연정 파트너로 선택할 게 확실하다. 우파 연합이 출범할 경우 오스트리아는 EU에서 극우 정당이 내각에 참여하는 첫 국가가 된다.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 자유당과 입장을 같이 하는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제3당으로 연방의회에 입성한 데 이어 20일 예정된 체코 총선에서도 반이민ㆍEU 공약을 앞세운 긍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 보수화 바람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로이터통신은 “유럽 이민 위기가 오스트리아 총선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진단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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