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개발 초기부터 멘토링
경기창조경제센터 모범 사례
우수한 제품과 기술 보유한
협력사와 글로벌 동반 진출도
‘해보라’는 사람이 말을 할 때 입뿐만 아니라 귀를 통해서도 미세하게 목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에 착안해 세계 최초로 마이크를 내장해 통화자 주변의 소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어셋 ‘리플버즈’를 개발한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이다. 리플버즈는 밀폐된 귀 속에서 나오는 소리가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깨끗한 음성을 들려줄 수 있다. 간단해 보이는 기술이지만, 일반적으로 스피커와 마이크가 근접하면 윙윙 울리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구현하기 쉽지 않다. 해보라는 이를 해결하는 기술을 포함해 해당 제품 관련 특허 12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해보라는 지난해 3월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펀딩 개시 후 불과 27시간 만에 목표금액인 5만달러를 유치했다. 그 뒤 한 달 동안 75만달러를 더 모아 목표액을 1,500% 초과 달성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올렸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해보라는 또 다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를 통해 25만달러를 추가로 모금, 누적 100만달러(약 11억3,300만원) 펀딩에 성공했다. 이는 인디고고에서도 누적 상위 0.03%에 해당하는 성과로, 한국 스타트업의 크라우드 펀딩 최고 기록이다.
이 같은 해보라의 성공은 제품개발 초기부터 개발환경을 제공하고 컨설팅과 글로벌 홍보 등을 지원한 KT와 경기창조경제센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보라는 2015년 8월 경기센터의 육성기업으로 선발된 이후 KT의 본격적인 지원을 받았다. 서울 서초동에 업무 공간을 제공받고, KT그룹의 임원으로부터 멘토링을 받으며 사업을 구체화했다. KT가 직접 리플버즈의 초기 생산 물량을 구매해 소음 유발 지역 근무자가 많은 KT의 네트워크 현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지난해 해보라가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할 때 KT와 경기센터는 한 달 간 국내외 홍보를 함께 진행했으며 특히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온라인 홍보로만 1억 조회를 달성해 사전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 제품 품질 개선을 위해 KT에서 컨설팅을 해준 것도 펀딩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신두식 해보라 대표는 “제품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막막한 부분이 많았는데 제품 개발 초창기부터 KT와 경기센터가 홍보와 개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는 급변하는 통신 시장에서 미래기술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협력사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 요소라 보고 있다. 이에 2010년부터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설치해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KT는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보유한 협력사와의 ‘글로벌 동반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해외전시회 동반 참가와 해외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KT가 참여한 경기센터가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가운데 모범 사례로 꼽히게 된 배경이다.
KT는 2013년부터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싱가포르 커뮤닉아시아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전시회에 협력사와 동반 참가하고 있다. 홍보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 참가가 협력사의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2015년에 참가한 커뮤닉아시아에서만 400만달러(약 45억3,360만원)의 대규모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해부터는 지원 규모와 참가 협력사를 더 늘려 4개 전시회에 39개 협력사의 참가를 지원했다. 그 결과 1,000만달러(약 113억3,300만원)의 협력사 수출 계약을 이끌어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울랄라랩’은 KT의 컨설팅과 지원을 통해 지금의 모델로 전환한 뒤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진출했다. 울랄라랩의 해외 진출은 동반성장위원회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생태계기반 대ㆍ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창조경제에 대한 열기가 다소 식은 올해에도 KT의 스타트업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존 전시회 위주의 해외 판로 개척과 병행해 KT의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권역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한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KT가 보유한 네트워크와 인력, 브랜드 인지도, 해외마케팅 역량 등을 활용해 해외 진출 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제품 현지화, 기능 검증, 시장 조사, 홍보, 수출 상담 등을 돕는다. 이를 통해 협력사의 매출 확대에 실질적 도움이 되겠다는 게 KT의 목표다.
KT 관계자는 “KT와 협력업체, 스타트업이 모여 사업간 경계를 초월해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사업화 방안을 토의하는 ‘라운드 테이블 포(for) 컨버전스’, 협력사의 기술을 소개하고 신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파트너스 페어’ 등 협력업체를 위한 프로그램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상생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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