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촬영 중 상대 여배우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견 배우가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강승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배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부 노출과 성행위가 표현되는 영화촬영 과정이라도 연기를 빌미로 강제추행 등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엄격히 구별돼야 하고, 연기 중에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15년 4월 저예산 영화 촬영 도중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는데도, 상대 여배우의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당시 피해자를 때리고 성폭행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1심은 “피해자가 예상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연기를 했는데도 감독과 A씨가 충분히 사과하지 않자 억울한 마음을 다소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바지에 손을 넣는 것은 감독의 지시사항에도 없던 일”이라며 “A씨가 계획적으로 촬영에 임했다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보이지만, 추행의 고의는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직후 촬영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A씨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A씨가 적극적으로 잘못을 부인하지 못했고, 이 일로 A씨가 영화에서 중도 하차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2심 판결 후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고, 피해 여배우 측은 이번 선고와 관련해 이달 24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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