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의혹에 권력 세습 야욕까지 보이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반대세력들을 향해 ‘혁명정부 수립’ 가능성을 경고했다. 계엄령과 인권유린 문제 등으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세력에 대한 반격으로 보이지만, 필리핀이 독재의 길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혁명정부가 수립되면 반대세력을 의회의 승인 절차 없이 체포할 수 있다.
15일 GMA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3일 밤 방영된 국영 P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세력이 정부를 계속 흔들며 정권 교체를 꾀한다면 혁명정부 선언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불순’ 세력을 잡아들이고 공산 반군과는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은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정부와 공산 반군의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나왔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부 민다나오 섬에 발동 중인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에드셀 라그만 하원의원은 “혁명정부는 성공한 민중 봉기의 결과물이지 현직 대통령의 권력 유지용이 아니다”며 “혁명정부 수립은 헌법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앞서 권력 세습 야욕도 보인 만큼 일각에서는 독재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마닐라 한 소식통은 “차기 대통령감으로 자기 딸보다 더 나은 후보자를 찾을 수 없다고 한 인물”이라며 “두테르테 반대 시위는 그의 독재 야욕을 꺾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장녀인 사라는 지난해 5월 지방선거에 다바오시 시장에 당선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988년부터 22년간 이곳 시장을 지냈다. 반부패기구 옴부즈맨사무소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시장 재직 당시 24억페소(약 530억원) 은닉 의혹과 관련, 대통령 일가의 계좌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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