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 고요” 발언 이후 숨고르기
내달 亞 순방 앞두고 수위 조절
北ㆍ中 대응 상황 지켜 보는 듯
대북 강경 발언을 지속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내달 미중 정상회담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일단 북한과 중국의 대응 상황을 지켜보는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핵 협정 준수에 대한 ‘불인증’ 방침을 밝힌 뒤 기자들과 만나 “’폭풍 전 고요’ 발언 이후 북한에 대한 다음 수순이 뭐냐”는 질문에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협상에서 뭔가 이뤄진다면, 나는 언제나 그것에 열려 있다”며 “하지만 협상 이외의 상황이 되더라도 나를 믿어달라. 우리는 전에 없이 잘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북한의 행동에 따라 다양한 대응 옵션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뜻이긴 하지만, 그간 북핵 대화 무용론을 거듭 강조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가능성’도 직접 언급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전날 취임 이후 처음 깜짝 브리핑에 나서 “북핵 위협이 현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고 말한 것과 맞물린 것이다.
이 같은 언급은 우선 대북 강경 발언을 계기로 내각 및 당과 마찰을 빚으면서 각종 비판이 쏟아진 것을 감안한 수위 조절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화 시도를 “시간 낭비”라고 면박을 준 데 이어 “폭풍 전 고요” “단 한가지만 유효” 등 군사옵션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으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밥 코커 상원외교위원장이 “3차 대전의 길을 닦을 수 있다”라며 반발하고 나서 큰 논란을 빚었고 최측근조차 거친 수사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내면서 제동을 걸었다. 코커 위원장은 이날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국무장관의 입지를 좁히면 전쟁을 부를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장거리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긴 하나, 북한이 일단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한 도발을 넘긴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간 북핵 대응의 중요한 담판장이 될 내달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의 대응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뜻이 담긴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완전파괴” 등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이후에도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안 될 게 뭐 있냐(Why not)”며 강ㆍ온 입장을 오갔던 터라, 앞으로도 군사옵션과 협상 가능성 발언을 반복하며 투 트랙의 입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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