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금융권 대출 가운데 원금보다 이자가 더 많아져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대출이 2만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만기가 긴 2금융권ㆍ대부업 대출을 받은 사람은 내년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돼도 고금리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15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호금융ㆍ카드ㆍ캐피탈사ㆍ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연체채권 가운데 이자액이 원금보다 많은 채권은 2만2,607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채권의 원리금은 총 1조603억원에 달한다. 애초 대출 원금은 4,343억원이었는데 원래 이자에 연체이자가 가산되면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됐다.
이 가운데 원금과 이자 합이 1억원이 넘는 고액 채권은 건수로는 전체 1.4%(322건)뿐이지만, 금액은 8,075억원으로 76.2%를 차지했다. 제 의원은 집값 70% 이하로 담보 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경매로 집을 뺏긴 후에도 갚을 금액이 남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로 고금리 계약을 맺은 채무자들은 내년 대출금리 인하에도 불구, 그 혜택을 누리기 힘들어 보인다. 내년 1월부터 금리가 연 최고 27.9%에서 24%로 낮아지지만 관련법에 따라 그 효력은 내년 1월 이후 체결되는 대출 계약ㆍ재계약ㆍ대환ㆍ만기연장 등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연 이자율 27.9%로 만기 5년의 대출 계약을 하면 법정 이자가 낮아지더라도 이보다 높은 이자를 5년간 내야 한다.
제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2금융권과 대부업체가 보유한 연이율 24% 이상 대출 채권은 약 15조9,986억원, 채무자는 308만2,376명에 달한다. 대부업체 상위 20개사의 대출계약을 보면, 약정 기간이 3년 이하인 채무자는 약 40.2%이고 절반 이상(59.2%)은 계약 기간이 3년 초과 5년 이하다.
제 의원은 “(대부업체 등이) 금리가 장기적으로 낮아진다는 것을 알고 길게 계약하기 때문에 법정 이자율을 크게 웃도는 채권이 많이 남아 있다”며 “구조적으로 고금리 대출은 장기 대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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