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사 따른 성매매 처벌 말자”
인권보호, 건강 서비스 제공 등
시의회 처벌 조항 삭제 법안 상정
“美 수도 성매매 메카 안돼” 반발
미국 워싱턴 시의회에서 성매매에 대한 처벌 조항을 삭제한 법안이 상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가 2015년 성매매 비범죄화를 각국에 권고하는 방침을 채택하면서 국제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해당 의제가 미국에도 상륙한 모습이다.
데이빗 그로스 시의원이 이달 5일 발의한 법안은 성매매를 강요하는 행위는 여전히 처벌을 가하지만, 자유의사에 따른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은 아울러 비범죄화 이행 과정을 연구하고 향후 개선안을 마련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미국에서는 네바다주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모든 주에서 성매매는 금지돼 있다.
법안은 성매매 종사자들이 각종 범죄를 당하더라도 처벌 우려로 경찰에 신고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이들이 각종 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 등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로스 의원과 함께 법안 통과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성노동자지지연합 측은 아울러 “성매매 여성들이 경찰과 신뢰를 쌓게 되면 음성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 활동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며 “이들이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성매매 비범죄화는 성매매 합법화와 개념이 다소 다르다. 합법화의 경우 성매매를 규정하는 구체적인 법률과 정책이 마련되고 이에 따라 성매매 산업의 허가나 자격증, 징세 등 각종 규제 장치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또 다른 음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앰네스티 등 성매매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우려다. 법안은 아울러 성매매 종사자는 처벌하지 않되 성매수자는 처벌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모델과도 다르다. 그로스 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유럽 모델도 여전히 음지에서 성매매가 일어나게 된다”며 “이런 음지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성매매 비범죄화 입법화 시도가 있었으나 많은 비난을 받고 실패했지만, 그간 국제적인 여론 지형 변화로 지난해 미국인의 49%가 합법화에 찬성하고 42%는 반대하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하지만 성매매 비범죄화가 성매매알선업자(포주)들의 활동을 용이하게 만들어 성매매 행위가 만연해질 것이란 반대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시 경찰 당국에 따르면 성매매 관련 체포자는 2013년 890명, 2015년 714명, 지난해 216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시 의회 다른 의원들은 “미국의 수도를 성매매의 메카로 만들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법안 통과 전망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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