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영화상인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ㆍ아카데미)가 성 추문에 휩싸인 하비 웨인스타인(65)에 대해 퇴출 결정을 내렸다.
14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카데미는 이날 54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비상회의를 소집해 웨인스타인의 회원자격을 즉각 박탈하는 가장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 아카데미 측은 성명을 통해 “이날 투표에서 (퇴출 결정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찬성을 훨씬 넘겼다”고 밝혔다. 이어 “동료들의 존경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인사와의 결별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영화계 내 약탈적 성적 행위 및 직장 성희롱에 대해 공모하거나 무시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웨인스타인 사태로 인해 심각성이 드러난 성폭력 문제에 대해 “윤리 행동강령 제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산업에 기여한 배우, 영화 제작자 등 8,4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아카데미의 90년 역사상 소속 회원에 대해 퇴출 결정을 내린 것은 극히 드물다. 2004년 아카데미상 투표와 관련한 규정을 위반한 배우 카민 카리디에 대해 회원자격을 취소한 것이 유일하다. 앞서 성 추문에 휩싸였던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와 미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 등은 징계를 피해갔다. 웨인스타인이 제작한 역대 영화 중 81편이 아카데미상을 받았으며, 수상 후보에 오른 것만 300편에 달한다.
현재 웨인스타인은 지난 30여년간 유명 배우들은 물론 자신이 몸담았던 ‘웨인스타인 컴퍼니’ 여직원 등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력을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배우 귀네스 펠트로, 앤젤리나 졸리 등 업계 내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르면서 8일 회사에서 해고된 후 미국과 영국의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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