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 안동 풍산장 등
기행단과 인문학 여행 펼쳐
내달엔 성석제 소설가 기행
“경북 안동의 풍산장은 3, 8일 5일장이다. 흥청대던 장날 풍경은 마치 잔칫날 같았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은 앙상한 각목 구조물 사이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연탄재 시인’으로 유명한 안도현(55) 우석대교수가 13, 14일 이틀간 어린시절 추억이 서린 경북 안동과 영주, 예천의 전통시장 인문기행을 펼쳤다. 화가와 음악가, 웹툰작가, 파워블로거 등 40여명의 인문기행단과 함께한 이날 기행은 안동 풍산시장과 병산서원, 봉정사, 예천 용궁시장, 회룡포, 금당실마을, 영주 풍기인삼시장, 무섬마을 등 전통시장과 지역 명소가 주무대였다.
예천에서 태어나 안동 풍산초교를 다닌 안 시인은 “학교 가려면 반드시 장터를 통과해야 했다. 우시장으로 몰려들던 검은 코트의 소장수들은 언제나 어깨가 넉넉했고, 입으로 불을 뿜는 차력사는 위대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풍산장터에서 지나가는 소달구지에 매달렸고 자전거를 처음 배웠다”며 “어릴 때 찍어 놓은 내 발자국은 아직 남아 있을까”라며 시장을 샅샅이 누볐다.
13일 밤 조선시대 한옥마을인 금당실에서 얘기꽃을 피운 안 시인과 인문기행단은 다음날 회룡포를 거쳐 용궁시장에서 예천의 대표 음식인 순대로 배를 채우고, 풍기인삼시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기행을 마쳤다. 인문기행에 동참한 반려동물 뉴스매체인 노트펫 김진석 대표는 “금당실마을의 유래비에 적힌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 낳는다’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이틀간 경험을 일에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안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워 본 적이 있느냐’는 시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최근 소설 ‘연어’가 출간 19년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편 경북도는 전국 처음으로 지역 출신 시인과 소설가, 작가를 중심으로 인문기행단을 구성, 역사 문화적 명소에 대한 추억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스토리텔링 소재를 만들어 주는 ‘전통시장 이야기 인문기행’을 최근 시작했다. 다음달 초에는 경북 상주 출신의 성석제 소설가가 상주와 문경 일대의 전통시장을 누비게 된다.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경제본부장은 “사람 냄새가 배어 있는 전통시장 인문기행이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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