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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보사회와 그 적들

입력
2017.10.15 10:5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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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삼성전자가 데이터 기업을 지향한다는 미래 전략을 밝혔다. 구글은 이미 데이터 기업의 선두주자이고, 애플이나 기타 ICT 기업들도 앞 다투어 하드웨어를 넘어선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데이터 집약체인 정보가 우리 사회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사회의 문제점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은 가장 큰 문제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페이스북과 라인을 비롯한 앱 7,560개가 개인정보보호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방통위는 얼마 전 위메프와 로드피아 등 10개사에 개인정보유출 책임을 물어 업체별로 수천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하였다.

오늘날 개인정보는 인격에서 자산으로 개념이 이동하고 있다. 그간 보수적이었던 유럽연합도 새로운 개인정보보호규칙 제정을 통해 개인정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한 발짝 이동했다. 우리도 개인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의 대상범위가 광범위하고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활용과 책임의 균형이다. 유럽연합은 활용은 풀어주되, 관리에 따른 책임은 강화했다.

잘못된 정보의 생산과 유통도 문제이다. 최근 보도된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댓글 공작 역시 이 중 하나이다. 정보의 핵심은 ‘팩트’이다. 거짓이 진실의 옷을 입은 채 유통되고 그 정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집단지성을 형성할 경우 부작용은 매우 크다. ‘팩트’로 선호되는 것이 수치정보이다. 사람들은 숫자가 주는 강렬한 객관화에 매료된다. 그러나 수를 바라볼 때는 어떻게 만들어 냈는가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끔은 수를 통해 주관적 의도를 객관화한 ‘팩트’로 둔갑시키기 때문이다.

정보에는 진실된 사실, 듣고 싶은 사실, 외면하고 싶은 사실이 있다.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제공하는 경우, 진실을 왜곡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첨예한 대립 이슈에서 종종 이러한 정보의 편향적 선택을 볼 수 있다. 원전 폐쇄를 둘러싸고 원자력을 옹호하는 측과 반대쪽의 의견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양쪽 모두 언론을 통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얼마나 위험한지, 폐쇄할 경우 어느 정도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보사회의 또 다른 적은 소셜미디어 정보의 가벼움이다. 240번 버스 운전기사는 아직도 핸들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아이만 내려지고 버스가 출발한 상황을 한 네티즌의 시각으로 쓴 글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사실의 진위에는 별 관심이 없이 운전기사를 비난하고 이를 퍼 날랐다. 인터넷 마녀사냥이었다. 그러나 진실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얼마 후 그 사이버 공간에서 진실이 바로 잡혔다는 것이다. 정보사회는 책임 속에 성숙해질 수 있다. 방기된 책임은 표현의 자유에 공권력의 개입을 부르는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사이버보안은 정보사회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원격의료와 같은 기술사회의 새로운 흐름은 네트워크 속에서 데이터 및 정보의 안전을 전제로 한다. 신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핀테크 역시 거래의 안전을 해킹으로부터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미래가 달려있다. 미국은 국가사이버보안보호법, 일본은 사이버보안기본법, 중국은 네트워크안전법을 제정하고 해킹 등 사이버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도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우리는 ‘정보의 바다’ 라는 말을 곧잘 사용한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 사회는 좌초될 것인가 순항할 것인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정보사회의 적들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는 이유이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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