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중심으로 지지세력 결집해
증인들이 진술 왜곡할 수도
세월호 최초 보고시점 조작 정황
커지는 비판 여론도 무시 어려워
朴 통증 이유로 재판 불출석 3차례
무더기 증인 등 지연 전략 역효과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자유의 몸으로 풀려났을 때 증거인멸 가능성과 재판 지연 등으로 인해 현재 진행중인 재판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는 13일 오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인멸 염려가 있어 구속해야 할 이유와 필요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결정적인 증거를 없애거나, 부하로 거느렸던 주요 증인들에 대해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지난 3월 법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도 ‘증거인멸 염려’가 구속 사유에 포함됐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혐의 가운데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 등 아직 심리할 사안들이 많은데다, 이번 재판이 정치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어 자칫 신문이 예정된 핵심 증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도주 우려는 없지만 지지세력이 확고한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지지 세력이 뭉칠 수 있고, 영향을 받은 증인들이 진술을 왜곡할 가능성 등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날 청와대가 발표한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최초 보고 시점 조작 정황’도 다분히 극적 효과를 낳았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여부를 떠나 증거인멸을 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점을 재판부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더딘 재판 진행에 대한 재판부 우려도 판단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박 전 대통령 책임이 크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본인 재판에도 통증을 이유로 3회 불출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7월 박 전 대통령이 통증을 이유로 공판에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출석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인 거동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재판 초기부터 박 전 대통령 측이 150여명이 넘는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는 등 재판 지연 전략을 보였던 게 역효과를 부른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울러 석방 시 전직 대통령 예우에 따른 경호문제로 재판 진행 절차가 복잡해지고, 재판 출석, 귀가 과정에 지지자나 반대자의 예측불허 행동에 따른 안전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점도 재판부의 구속 연장 결정에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피의자 가운데 구속연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도 없어 석방 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 유죄 심증을 굳힌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한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비판 가능성에도 구속을 연장을 한 건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사건 정점이고, 혐의가 뚜렷하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불구속 상태 재판’이라는 변수는 사라지게 됐지만 1심 선고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구속기한 만료(11월19일 0시)전에 선고를 내려야 하지만 아직 남은 증인이 300여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검찰과 변호인이 증인 수를 줄이고 있지만 재판부가 선고 시점 마지노선을 연말로 조정하되, 대부분 혐의가 박 전 대통령과 연관된 최씨의 경우 구속 기간이 한 차례 더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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