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야수 손아섭(29)은 지난 11일 NC와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5전3승제) 3차전에서 팀이 4-12로 크게 뒤진 8회초 2점 홈런을 친 뒤 3루 베이스를 돌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3루 롯데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포효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나온 의외의 세리머니였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손아섭이 오버액션을 한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유 있는 행동이었다. 손아섭은 “3차전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쉽게 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홈런 치고 1루를 돌 때 지고 있는데도 팬들이 좋아해주는 것을 보고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무언가가 올라왔고, 가슴 속에 쌓였던 것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악바리 근성을 갖춘 손아섭이 결국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했다. 손아섭은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회초 선제 솔로포를 터뜨린 데 이어 5회초 쐐기 3점 홈런을 작렬했다. 개인 통산 첫 포스트시즌 연타석 홈런이다.
손아섭의 홈런포로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4번 타자 이대호(35)까지 5-1로 앞선 6회초에 시리즈 첫 대포를 가동했다. 이대호의 포스트시즌 홈런은 2011년 10월20일 SK와 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2,185일 만이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한 경기 팀 최다 홈런 타이인 4개의 아치를 그려 7-1로 NC를 꺾었다. 이로써 2승2패 균형을 맞추며 시리즈를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양 팀의 마지막 승부는 15일 오후 2시 롯데 안방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다. 손아섭은 4타수 3안타(2홈런)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러 4차전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이날 경기는 롯데 조쉬 린드블럼과 NC 최금강의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0의 행진은 4회초에 깨졌다.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선 손아섭이 최금강의 3구째 바깥쪽 높은 시속 134㎞ 직구를 힘껏 밀어 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 아치(비거리 115m)를 그렸다.
그러나 롯데의 리드는 오래 가지 않았다. NC는 이어진 4회말 공격에서 1사 후 모창민이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고 후속 권희동 타석 때 2루 베이스를 훔쳤다. 린드블럼의 투구 동작이 큰 것을 이용한 도루였다. 1차전에서도 롯데는 린드블럼이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도루 2개를 성공했다. 1사 2루 득점권 기회를 만들자 권희동이 중전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는 NC가 승부수를 띄운 5회초에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1사 후 앤디 번즈가 2루타를 치며 발판을 놓았다. 이 때 NC는 선발 최금강을 조기 강판하고 필승조 원종현을 투입했다. 원종현은 첫 타자 문규현을 3루 땅볼로 처리하고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롯데에 행운이 따랐다. 2사 3루에서 9번 신본기가 빗맞은 내야 땅볼을 쳤는데, 1루에서 3루수 노진혁의 송구보다 신본기의 발이 더 빨랐다.
행운의 내야 안타로 2-1 리드를 가져간 롯데는 1번 전준우의 내야 안타로 2사 1ㆍ2루 기회를 이어갔다. 그리고 타석에는 손아섭이 섰다. 손아섭은 볼카운트 1B-2S에서 원종현의 시속 131㎞ 슬라이더를 통타, 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NC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손아섭은 2루를 돌며 좌중간 외야에 자리한 롯데 팬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고, 3루를 돌 때는 3차전과 같은 행동을 하며 기뻐했다. 롯데는 이대호와 전준우가 각각 6회초, 7회초에 솔로포를 쏘아 올려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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