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지시로 부처 내 국가안보위기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3개월 뒤인 2014년 7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부장이 되는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이라고 보고한 뒤 이에 맞춰 지침을 변경해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는 정황 증거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측의 지시로 부처 내 지침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권 차관은 이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침을 수정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문에 "2014년 8월 8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가안보위기지침을 변경하라는 문서를 대외비로 통보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단, 권 차관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주고받은 문서는 비밀 보존 기간이 지나 전부 파기됐다"며 "이에 따라 청와대가 무슨 내용을 어떻게 수정하라고 지시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 의원은 "복지부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9시 40분께 목포한국병원 등에 의료 지원을 지시하고, 현장으로 지원팀을 보내는 등 신속하게 움직였다"며 "그래놓고 청와대의 문서 수정을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기 의원은 또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오모 전 비상기획관, 청와대 파견 근무자 등을 종합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해 당시 상황에 관한 소상한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이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라며 "이 문제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기 위해서라도 기 의원이 언급한 증인들을 채택해달라"고 거들었다.
반면,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은 "권 차관은 청와대 지시로 무슨 내용이 변경됐는지 모르면서 마치 복지부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최초 보고를 받은 시각을 9시 30분에서 10시로 바꾼 것처럼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복지부에 문서를 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대장, 문서 보존 기간 지침, 문서가 폐기됐는지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복지부에 요구했다.
기 의원은 "세월호 당시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위기 상황의 종합관리 컨트롤타워를 수행한다고 돼 있었는데,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관장한다고 불법 변경했다"며 "복지부도 이런 내용의 수정 지침이 있었는지 확인해달라"고 추가 요구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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