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최대 6개월 구속 기간이 연장된다. 재판부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구속 연장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SK와 롯데에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아 낸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3월 구속될 때 적용된 혐의 외에 추가된 것이지만 검찰 요청이 없더라도 재판부는 직권으로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판부의 구속연장 결정은 단순히 추가된 혐의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 석방이 가져올 재판 차질 우려 등을 감안한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수사와 탄핵, 구속과 재판 과정에서 보여 준 태도는 불신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검 수사 때는 대면조사에 불응했고, 헌재 탄핵 심판 때는 불출석했다. 재판 시작 후에는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해 일정을 지연시켰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세 차례나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출석을 거부했다. 법을 경시하고 사법부를 우롱해 온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풀려나면 재판에 순순히 응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재판부로서는 달리 선택할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 보장’을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해 온 박 전 대통령 스스로 타당성을 허물어버린 셈이다.
검찰이 증거를 이미 상당히 확보해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다는 박 전 대통령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도 세월호 참사 조작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서 발견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에 대한 최초 보고 시점을 오전 9시 30분에서 오전 10시로 30분 늦춘 사실이 밝혀졌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돼 있는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도 안전행정부로 무단 수정했다. 세월호 침몰에 부실 대응했다는 비판과 책임을 면하기 위해 국가공식기록까지 조작한 정황이 뚜렷한데 박 전 대통령 측이 무엇인들 하지 못하겠는가.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부실 대응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빠져 있다. 이런 식의 문서 조작에 증거 확보를 위한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방해했으니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청와대 조사로 세월호 책임 은폐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당장 수사 대상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부실 대응에 대한 법률적 책임 여부도 가려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해 신속한 구조를 했더라면 세월호 희생자 상당수를 구출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유족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해 놓고 인권을 들먹이는 것은 가당치 않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조작 사건의 발표 시점과 배경을 둘러싼 정치적 의도를 언급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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