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회계 감시시스템 허술한 탓
상장사 25년에 1번 당국 감리 받아
회계장부를 부풀리는 식의 회계 범죄를 저지른 상장사가 실제 제재를 받기까지 평균 5년 5개월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있는 상장사를 제 때 적발해 내는 시스템이 허술하다 보니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수조원대 분식회계로 회사가 한참 기운 뒤에야 당국의 조사와 제재가 뒤따르는 셈이다.
13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분식회계를 저지른 상장사 45곳은 분식을 벌인 시점부터 당국의 제재를 받기까지 평균 5년 5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5년 넘게 분식회계 사실이 당국에 적발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 대우조선의 경우 2008년부터 분식을 저질렀지만 정작 9년 뒤인 지난 3월에야 당국에서 2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STX조선해양도 제재까지 8년 2개월이 걸렸다. 2008년부터 분식을 저지른 STX조선은 지난해 2월에야 2개월 이상 유가증권발행이 제한되는 제재를 받았다. 이후 경영난에 시달린 STX조선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유안타증권은 2009년 처음 회계기준을 위반한 이후 지난해 7월 13일 과징금을 부과받을 때까지 7년 7개월이 걸렸다.
이처럼 분식을 저지른 상장사를 상대로 당국의 조사와 제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당국의 회계감시 기능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장사의 회계 장부가 제대로 작성됐는지를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곳은 각 상장사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과 기업에 대해 직접 감리를 벌이는 금융감독원이다. 금감원은 상장사 2,000여곳 가운데 매년 무작위로 기업을 뽑아 분식을 저질렀는지 조사한다. 하지만 상장사 1곳에 대한 금감원의 감리 주기는 25년에 한 번 꼴이어서, 사실상 금감원이 감리로 분식회계 기업을 사전에 걸러내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금감원의 감리를 받은 회사 수는 전체의 4%인 80곳에 불과했다. 현재로선 회계법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상장사가 회계법인을 고용하는 구조다 보니 일부에선 회계법인이 분식 사실을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회계 부정 사태를 막기 위해 금감원의 감리 주기를 10년으로 줄이고 모든 상장사에 대해 회계법인을 당국이 직접 지정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의원은 “금감원의 회계감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상시 회계부정 감시기능을 제고해 한국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금감원은 내년까지 회계감리 주기를 10년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지금 속도로는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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