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최초 보고 시점과 국가위기관리 지침을 박근혜 정부가 사후 조작했다는 청와대의 문건폭로와 관련해 뇌물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침묵을 유지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12일 “현재 재판 중인 혐의와 별개 사안이라 별도로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원본과 작성자를 확인할 수 없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증거로 신뢰할 수 없다는 종전 취지와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세월호 당시 행적이 재판의 주요 쟁점이 아닌 만큼 말을 아끼겠다는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측이 지난 10일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다음 공판에서 이번 청와대 발표와 관련한 언급을 할 가능성은 높다.
형사 재판과 달리 지난해 12월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행적이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당일 행적을 시간대별로 밝혀달라”는 재판부 석명 요구를 받고 박 전 대통령 측은 3회 변론기일에 A4용지 19쪽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했었다.
이 답변서에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53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상황을 보고 받은 시간이 오전 10시로 기재됐고 15분 뒤 김장수 전 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한 뒤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돼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 동선은 국가기밀사항이라 세월호 7시간을 소상히 밝힐 수 없었다”며 “오해가 만들어낸 각종 유언비어로 왜곡된 인식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제출한 답변서가 부실하다며 “본인 기억을 살려 다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세월호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 답변서만 봐서는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특히 오후 12시 50분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통화를 한 기록은 제출하면서도 오전 10시 15분에 통화했다고 주장한 김 전 실장과의 통화기록은 누락하는 등 제출 자료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 같은 석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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