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 4명 중 3명은 퇴임 뒤 곧장 변호사로 개업해 수임활동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 고질적 병폐인 ‘전관(前官) 예우’ 타파를 위해 헌법재판관도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최고위 법조인 자리에서 물러나 바로 ‘돈벌이’하는 변호사로 변신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헌법재판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공한 자료를 보면, 퇴임한 역대 헌재소장과 재판관 39명 중 퇴직 뒤 변호사 개업으로 직행한 전직 재판관은 29명으로 74.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ㆍ대형 법무법인(로펌)행을 택하거나 따로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이 가운데 현재 변호사로 수임 활동을 하는 전직 재판관은 2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전직 재판관이 변호사로 지난 10년간 맡은 헌법소원 등 헌재 사건만 총 111건(일정 보수를 받는 국선대리인 자격 선임 사건 포함)에 달했다.
최근 들어 대법관뿐만 아니라 헌법재판관을 두고도 퇴직 뒤 곧장 변호사로 개업하는 행태를 문제 삼는 기류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 4대 고위직 법조인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2년간 제한하는 원칙을 세워 제동을 걸고 있다. 대법관에 준하는 헌법재판관 역시 사법불신의 뿌리인 ‘전관예우’ 의혹까지 받으며 영리활동을 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런 기조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관, 대법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출신은 퇴임 뒤 2년간 변호사 등록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수임제한 기간 공익활동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내용으로 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올해 8월 대표발의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과도기적으로 2년간 수임제한을 목표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판관 출신을 포함한 최고위직 출신 법조인은 계속 변호사 개업을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헌재 자료에 따르면, 과거 퇴직 후 대학에 간 뒤로 변호사 개업을 안 한 재판관 출신은 전효숙 이화여대 교수 등 극소수다. 올 1월 퇴직해 서울대로 간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과거 “퇴직 뒤 변호사 개업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퇴임 뒤 2년여간 무료 법률상담을 했던 이강국 전 헌재소장 등 공익활동에 적극 나선 소수 재판관 출신들도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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