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단거리 기대주 김민선(18ㆍ서문여고)이 작성한 주니어 세계 신기록을 공인 받지 못한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김민선은 지난달 23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인터내셔널대회인 ‘2017 폴 클래식’ 여자 500m에서 2007년 ‘빙속 여제’ 이상화(28)가 작성한 37초81을 넘어 37초70의 주니어 세계 신기록 역주를 펼쳤지만 도핑을 진행하지 않은 대회조직위원회 측의 실수 탓에 공식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
ISU 규정에 따르면 세계 기록으로 공인 받으려면 경기 당일 도핑 테스트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는 김민선에 대한 도핑을 하지 않았다. 해당 대회 규정에도 세계 기록에 해당하는 선수의 도핑은 조직위에서 지명해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조직위는 도핑 대상자 통보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 빙상의 대들보로 성장할 기대주의 쾌거는 신기록 수립 당일에도 주목 받지 못했고, 대회가 한참 지난 뒤에는 조직위의 사과문 한 장을 달랑 받았다.
김민선의 날아간 신기록은 1차적으로 캐나다 빙상연맹의 잘못이다. ISU도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항의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ISU 의무를 위반한 캐나다 연맹에 경고 조치를 했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캐나다 연맹에 떠넘길 수만은 없다. 우리 연맹의 일 처리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연맹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도핑 대상자로 지정됐다는 통보가 없자 대표팀 감독이 직접 심판을 찾아가 김민선의 기록이 세계 기록에 해당하니까 도핑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검사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표팀 측에서 항의를 한 것은 맞다. 그러나 ‘당일 신기록 수립 후 곧바로 항의를 했다’, ‘시간이 경과된 후 했다’는 말이 엇갈린다. 연맹 관계자는 “현장에서 당일 즉시 항의를 했다”며 “조직위 사과문에도 ‘세계 기록이 나온 날 조직위의 의사소통 문제로 도핑 프로토콜이 적절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말이 담겨있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김민선은 비록 세계 신기록을 인정 받지 못했지만 10년 전 이상화를 뛰어 넘는 기록으로 역주를 펼친 것만으로도 향후 한국 빙상의 미래를 밝혔다. 선수 본인도 지나간 일은 담아두지 않고 다음에 더 좋은 기록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스케이트 끈을 질끈 묶고 있다. 연맹 또한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우리 선수 또는 대표팀 기록, 경기와 관련된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