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를 시작으로 6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하는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V리그는 춘추전국시대다. 강 팀도 없고, 도드라지는 약 팀도 없는 혼전 양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7개 구단 사령탑과 선수들이 강한 우승 의지를 밝혔다.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은 12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 시즌이 됐다. 외국인 선수가 늦게 합류해서 마음이 급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경기에 임하면 지난 시즌 못지않은 성적을 낼 것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2연패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대캐피탈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발탁한 외국인선수 알레나 바로티(26)가 훈련 중 부상을 당해 최근 급하게 안드레아스 프라코스(28ㆍ그리스)를 대체 선수로 데려왔다.
2014~15시즌부터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가 지난 시즌 최하위로 떨어진 김세진(43) OK저축은행 감독은 “1등 했다가 꼴찌가 됐다. 절치부심했다. 기대에 충족시킬 만한 모습을 못 보여드리더라도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OK저축은행 송명근(24)은 “분노가 우리의 힘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다른 결과를 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만년 하위권’ KB손해보험은 연고지를 구미에서 의정부로 옮기는 등 많은 변화 속에 상위권 도약을 자신하고 있고 우리카드도 약점이었던 세터 포지션에 유광우(32)가 합류해 단숨에 우승후보 전력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탈락해 자존심을 구겼던 삼성화재는 ‘전설’ 신진식(42) 감독이 부임해 명가 재건을 노린다. 권순찬(42) KB 손해보험 감독은 “이번에 변화가 제일 많았다. 연고지 이전과 선수 트레이드(3명)를 진행했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잘 해줬다. 새롭게 바뀐 모습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상우(44) 우리카드 감독도 “지난 시즌에 돌풍의 팀이었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번에는 돌풍이 아니고 창단 첫 봄 배구, 더 나아가 챔피언까지 될 수 있는 팀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삼성화재 부임하고 이야기 들었던 것이 처음으로 봄 배구에 못 나갔다는 말이다. 명가재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부담감도 있지만 편하다. 훈련도 열심히 했고, 선수들도 잘 따라왔다. 삼성화재다운 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주장 박철우(32)도 “선수들이 정말 많은 반성을 했다. 우린 원 팀을 목표로 우승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여기에 얼마 전 컵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전력도 김철수(47) 감독의 지도 속에 전광인(26), 서재덕(28) 등 화려한 공격진을 앞세워 첫 우승에 도전한다. 김 감독은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다. 선수들 또한 능력이 있다”고 신뢰를 보였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프전에서 현대캐피탈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던 박기원(66)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의 각오는 그 중에서도 확실히 더 남달랐다. 박 감독은 “지난 챔프전 최종전에서 (현대캐피탈에) 패하고 난 뒤의 쓰라린 감정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며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이어 그는 “밖에서 우리의 독기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코트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정한 목표대로 꼭 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는 총 6라운드로 진행되며 각각 36경기를 치르고,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 팀을 가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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