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경과·냉장고 고장 등
필수 예방접종 백신의 수급 불안정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보건당국의 관리부실로 폐기되는 백신이 지난 5년간 8억원어치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년8개월간 보건소에서 폐기된 백신은 8만1,076건으로 약 8억3,000만원어치에 달했다. 특히 수입하는 제조사 사정에 따라 공급중단이 반복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BCG 백신 1,320건(2,388만원)과 폴리오(소아마비) 백신 4,358건(3,206만원)도 폐기됐다.
백신은 작은 온도 차이에도 단백질 성분이 변성을 일으킬 수 있어 냉장고에서 저온으로 보관한다. 유효기간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2년 내외다. 그런데 2013~2015년 폐기된 백신 5만5,142건의 사유를 보면 유효기간 경과(2만9,715건), 냉장고 고장(1만6,476건), 정전(8,855건), 개봉전후 오염(98건) 등으로 조사돼 제대로 관리가 됐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던 사례가 많았다. 2016,2017년 폐기 백신은 사유를 현재 파악 중이다.
권미혁 의원은 “국가예방접종 대상인 21종 백신 중 단 5종만 국내에서 제조ㆍ공급하고 있어서 백신자급률이 약 24%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수입에 의존해 공급중단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부실관리로 인한 폐기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백신은 대상보다 물량을 여유 있게 비축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경과하는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각 보건소에 비상발전기를 구비해 정전 등의 사고에 대비하고 정기 점검을 강화하면서 폐기량은 매년 줄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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