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가운데 소속 공무원들에게 연차휴가(연가)를 가장 박하게 주는 곳은 금융위원회와 국무조정실로 나타났다. 그나마 연가를 많이 가는 기관은 통계청과 국가인권위원회였지만, 이 기관 직원들 역시 연차를 모두 소진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 중 연차를 가장 적게 사용한 곳은 금융위(평균 7.6일)였다. 이어 국무조정실(8.6일) 산업통상자원부(8.7일) 외교부(8.9일) 기획재정부(9.2일) 등이 ‘제대로 휴가도 못 가는 부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은 재직 3개월부터 3일의 연차가 발생하고, 1년을 근속하면 9일의 연차를 얻을 수 있다. 재직 기간이 6년 이상이면 21일의 연차가 생긴다.
결국 일부 부처는 정해진 연차의 3분의 1 정도밖에 못 쓰고, 중앙부처 평균적으로 연차의 절반 정도밖에 소진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나마 산림청(12.9일) 인권위(13.2일) 통계청(13.6일) 소속 공무원들이 연차를 많아 가는 편이지만, 이들 기관 역시 정해진 연차 일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공무원이 이렇게 정해진 휴가마저 누리지 못하다 보니, 제대로 쉬는 문화가 민간에도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정부가 저녁이 있는 삶을 장려하는 것인 만큼 공무원부터 필요할 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정해진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면 미사용일 1일당 일급(월급을 30으로 나눈 액수)의 86%를 보전 받게 된다. 연차 사용이 늘면 연차 보전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재정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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