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쏠림ㆍ비급여 확대로
가격 경쟁력 크게 악화될 것”
의협 ‘전면수정 요구’ 투쟁 나서
정부 “의협 우려는 과도” 일축
미용과 성형 목적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일명 ‘문재인 케어’)을 두고 대한의사협회가 본격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강화하고 건보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이들 주장. 하지만 보건당국은 의협의 우려가 과도하다며 일축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의료인 40명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거의 마무리하고 오는 21일 출범식을 가진 뒤 문재인 케어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투쟁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비대위는 문재인 캐어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거라고 주장한다. 안치현 의협 비대위 대변인은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면 1차(동네의원)~3차(상급종합병원) 의료기관 진료비가 거의 비슷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르는 게 값인 비급여는 그간 대학병원과 동네의원의 가격 격차가 두 세배씩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대형병원 쏠림을 완화하는 기능을 했다. 이런 비급여가 급여화하면 가격이 표준화돼 동네의원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 연말까지 대형병원 쏠림을 막기 위한 의료전달 체계 개편안을 내놓을 테니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개편안에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증 환자를 동네의원으로 돌려 보내는 ‘회송’ 활성화와,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동네의원의 역할 강화 방안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문재인 캐어가 보장성 강화에 따른 소요 재원을 너무 적게 추계했다고도 비판한다. 빠른 고령화 속도와 의료비 인하에 따른 수요 증대를 과소 평가했다는 것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달 5년간 필요 재원이 정부 추계(30조6,000억원)보다 4조원가량 많은 34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자체 추계를 내놓기도 했다. 의료계가 건보 재정을 걱정하는 데는 정부가 나중에 정치적 부담이 되는 건보료 인상 대신, 병ㆍ의원에 돌아갈 수가를 깎는 방식으로 재정 부족에 대응할 거란 불안감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설령 정부가 예측한 소요 재원보다 돈이 더 든다고 해도 건보 누적 흑자와 보험료 소폭 인상 등을 통해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는 또 다른 쟁점은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병ㆍ의원의 비급여 수입 감소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현재 천차만별인 비급여 항목 가격이 정부와 수가 협상을 거쳐 항목당 하나로 통일된다. 이렇게 되면 병ㆍ의원은 수입원 중 하나이던 비급여의 가격 책정 자율성을 잃는 것은 물론, 협상 수가가 내키지 않더라도 따르는 수밖에 없게 된다.
복지부는 이런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보전하기 위해 기존의 급여 항목 중 ▦수술 ▦환자 안전 관련 항목 ▦의사의 손이 많이 가는 의료행위 등은 기존보다 수가를 더 챙겨주겠다는 입장이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진료비 인하 효과가 생겨 환자 수요가 늘고, 그 결과 병ㆍ의원의 수익이 늘어나는 증가분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복지부 시각이다.
개원의가 중심이 된 의협은 강경 일변도지만, 의료계 전체를 보면 온도 차가 있다. 이미 급여화가 상당히 진행된 내과계보다 비급여가 많은 정형외과 등 외과계에서 주로 불만이 나온다. 척추관절 전문병원 등에서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병원 등 덩치 큰 병원들도 정부 정책에 대놓고 반기를 들기 부담스러워 한다. 의협의 이번 투쟁 선포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차기 의사협회 회장 선거를 앞둔 선명성 경쟁의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흘러 나온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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