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신임 주중대사가 10일 베이징에 부임했다. 북핵ㆍ미사일 위기 속에 주한미군 사드 배치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최악인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한 노 대사의 어깨는 실로 무겁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애로가 점차 누적되고 있고, 양국 국민 간 우호 정서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첫 주중 대사로서 노 신임 대사가 얼어붙은 한중 관계의 돌파구를 여는 데 실질적 역량을 발휘해 주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그의 주중대사 발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얼마 전 기자 간담회에서는 “중국 진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사드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언급으로 상황 인식이 잘못됐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외교안보 상황이 엄중한 때에 그를 포함해 미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대사가 모두 전문적 경력이 없는 인사들로 채워진 것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은 악화일로인 한중 관계를 되돌리는 데 강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노 대사에 대해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고 소개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신화통신은 노 대사가 중국 고시 등 중국 역사와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중국 진출 기업의 어려움이 사드 때문만이 아니라는 그의 발언도 중국 입장에선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지 대사가 본국을 향해서는 주재국 입장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노 대사는 중국의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취해 왔다.
전임 김장수 대사를 포함해 역대 주중대사들은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대사를 만나 주지 않아 겉도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대사 개인의 역량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노 대사는 그런 이유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전철을 밟지 않도록 관계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여전한 강경 입장에 비춰 단기간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 지도부 재정비 등 변수도 많다. 그러나 진정성을 갖고 상호이해를 도모해 간다면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 노 대사는 성공적인 주중대사 역할 수행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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