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명단 오른 전일춘에서 신룡만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기구인 당 39호실의 책임자가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명단에 오르지 않은 인물로 교체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속 이기동 북한체제연구실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중앙위원회 부장으로 임명된) 신룡만이 전일춘 대신 39호실장을 맡은 게 아닌가 유력하게 추측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신룡만이 39호실에서 오래 부실장을 했다”며 “전일춘이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라 활동이 어렵다는 게 교체 배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39호실은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마련ㆍ관리하는 곳이다. 대성은행과 고려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알짜 기업을 소유하고 있고, ‘슈퍼노트’(미화 100달러 위조지폐) 제작과 마약 거래 등을 통한 외화벌이에도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북한 내부와 해외에서 각각 자금을 모으는 38, 39호실로 분리돼 있었지만, 지난해 두 곳이 39호실로 통합됐다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유럽연합(EU)은 2010년 12월 39호실장인 전일춘을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정책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개인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북한 미사일 개발 총책임자로 알려진 리만건 노동당 군수공업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 실장은 분석했다. 그는 “리만건이 당 중앙위 군수 담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이었는데 이번에 군수공업부장 직은 내놓은 듯하다”며 “자강도당 책임비서 출신으로 최근 중앙위에 진출한 주영식이 리만건의 후임이 아닌지 앞으로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질 배경은 고령에 따른 세대 교체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올해 72세인 리만건은 8일 열린 김정일 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 ‘주석단’에서도 배제됐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열린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부장들로 최룡해와 박광호, 태종수, 김용수, 량원호, 주영식, 신룡만을 임명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들의 담당 부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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