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속 통합론에 선긋기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1일 “아무 변화도 없는 당에 기어들어가는 통합은 보수 정치에 도움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당 안팎에서 휘몰아치는 자유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론’에 이같이 맞받은 것이다. 그는 “바른정당을 분열시키고 흔드는 당 안팎의 행위들을 중단해달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점점 사면초가 신세로 몰리고 있다. 안에선 김무성 의원이 통합파 의원들과 11ㆍ13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 전 집단 탈당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집요하게 유 의원을 설득해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동반 탈당한 뒤 바른정당을 만든 공동 창업주다.
밖에선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당 대 당 통합’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유 의원을 압박했다. 홍 대표는 대선 때 유 의원을 향해 “배신자는 세탁기에 돌려도 배신자”라고 몰아세우며 선거운동을 했다.
유 의원은 예정보다 빨리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통합파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 했지만, 점점 상황은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추석 연휴 내내 통합파로 꼽히는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했지만, 성과도 좋지 않았다.
유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집단 탈당을 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감안하고 있는 듯하다. 이날 그는 “우리는 우리 계획대로 새 지도부를 뽑고 우리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 당 통합론’까지 꺼낸 홍 대표를 향해선 “영감님은 한국당 지지도나 신경 쓰시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대 전 의원들이 집단 탈당한다면 바른정당은 20석이 깨져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유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된다 해도 위상은 이전에 비할 수 없다.
그래도 유 의원은 ‘보수 혁신이 우선’이라는 명분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통합의 조건은 당 대 당 통합 같은 기술이 아니다”라며 “한국당이 정말 제대로 변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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