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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만난 키신저, ‘미ㆍ중 빅딜론’ 조언한 듯

입력
2017.10.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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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한중일 방문 앞둔 트럼프에

대중 협상 전략 알려줬을 수도

10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10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북한의 핵ㆍ미사일 추가 도발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외교계의 거목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나 북핵 위기 해법 등을 논의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게 필수적인 상황에서, 대표적인 중국통인 키신저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떠한 조언과 메시지를 건넸는지에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이날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A4용지 3쪽 분량에 달하는 두 사람의 대화록을 공개했지만 북한 문제와 관련한 언급은 사실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대통령님이 미국을 (북한과의) 제3차 세계대전으로 향하는 길에 놓는다는 밥 코커 상원의원의 말이 맞는가”라는 키신저 전 장관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정부가 거쳐 간 지난 25년을 보면, 우리는 매우 커다란 문제가 있는 길을 걸었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지금은 올바른 길 위에 서 있다. 나를 믿어달라”고 말한 것 정도가 전부다. 이마저도 지난 7일 트윗 발언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이날 대화의 무게중심은 오히려 비공개 부분, 특히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키신저 전 장관의 발언 내용에 있었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그는 중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 붕괴를 이끌어내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미ㆍ중 빅딜론’을 주장해 왔다. 다음달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3국을 포함,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만큼 키신저 전 장관으로선 주로 빅딜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거나 또 다른 대중협상 전략을 소개했을 공산이 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미국의 동북아 정책 노선 결정 등에 대한 조언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197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점에서 군사적 대응보다는 ‘대화에 의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 ‘중국의 우선 역할론’을 강조해 왔다.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그는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적 선결조건은 워싱턴과 베이징의 상호이해”라며 “아시아 지역의 비핵 유지는 중국에 더 큰 이해가 걸린 사안이며, 구체적 행동을 담은 미ㆍ중 공동성명이 평양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했다. 7월 말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에게 그는 “김정은 정권 붕괴 이후, 미국이 중국과 먼저 협정을 맺으면 북핵 문제 해결의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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