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경북 경주시 북군동 동궁원 주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연휴기간 중 5만~6만명의 인파가 몰려서였다. 가족과 함께 동궁원을 둘러보려는 외지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경주의 관광명소인 보문관광단지 입구여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도로를 통과하는데도 불편을 겪었다. 현재 동궁원의 주차 공간은 120대에 불과하다. 주차장 부지로 추가 확보한 빈터가 있었지만 개방되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이미은(54)씨는 “추석 당일 가족과 동궁원을 찾았지만 주차공간이 없어 차에서 내려 보지도 못했다”며 “인근 공터를 왜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지 않는지 답답했다”고 지적했다.
경북 경주시가 주차난을 겪는 관광 명소에 터를 확보하고도 주차장을 만들지 않아 관광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도 주말과 휴일이면 주차난이 심해 관광도시인 경주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동궁원이 체험형 식물원과 새 전문테마파크로 구성된 만큼 전국에서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해 10월 동궁원 분수대 뒤 사유지를 매입해 제2주차장을 조성키로 했다. 시의회도 주차난의 심각성을 인정해 매입비 20억원을 승인하고 조속하게 주차장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이에 시는 올 4월 동궁원 분수대 뒤쪽 땅 3538㎡(주차 대수 100여대)를 19억1,400만원에 사들인 뒤 이번 추석 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착공조차 않고 있다. 동궁원의 주차난을 시가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다 못한 시의회가 나섰다. 의회는 주차장 건립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시가 이곳을 전시관 용도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점을 들었다. 동궁원과 함께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고 한다.
시의회는 지난달 열린 임시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성토했다. 경주시의회 윤병길 의원은 “동궁원의 주차난이 심각해 수 차례 논의한 끝에 의회에서 주차장 건립을 승인했다”며 “시가 의회와 협의도 없이 다른 용도로 변경하려 한 것은 의회 경시 풍조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시의회의 결정에 대해 공증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결정을 한 적이 없다”며 “내년도에 예산을 반영해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해명했다.
글ㆍ사진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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