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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은 권력 구도의 완성과 불확실한 미래

입력
2017.10.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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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권력 구도 재편 작업을 마무리했다. 우선 박광호, 태종수, 정경택 등 이름조차 생소한 인물들이 무대 전면에 배치된 게 눈에 띈다. 이들은 그 동안 보이지 않게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도왔던 세력으로 평가된다. 반면 김정일 시대의 당 원로와 실세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소위 ‘김정일 운구차 8인’ 가운데 직책을 유지했던 김기남, 최태복도 이번에 밀려난 모양이다.

김정은 권력 체제는 지난해 5월 노동당 7차 당 대회와 6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사실상 완료됐다. 당시 김정은은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를 국무위원회로 대체해 위원장에 취임하는 한편 노동당 위원장 직에 올라 제1비서와 제1위원장이라는 부담스러운 꼬리표를 떼어냈다. 이번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2차 대회는 그 동안 권력 기반을 형성해 온 ‘김정은 키드’들의 공식 데뷔 무대이자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완성하는 정치 이벤트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북한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됨으로써 북한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적 승진 사례로 남았다. 김여정을 북한 김씨 일가의 새로운 권력 실세로 보는 일부 시각까지 있다. 그러나 김여정은 체계적 권력 기반이나 지지 세력을 갖추지는 못해, 오빠인 김정은과의 특수관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팽배한 북한의 문화에서 김일성 가계의 여성이 두각을 보인 적은 없고,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도 정치국 위원이었지만 실권을 행사하진 못했다.

보다 주목할 점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인 최룡해의 약진이다. 최룡해는 당 중앙군사위원과 당 중앙위 부장 직에 새로 임명됨으로써 총 8개의 직함을 보유하게 되었다. 최룡해는 북한 권력 서열의 바로미터인 주석단 호명 순에서도 권력 실세로 통하는 황병서를 제쳤다. 사실상 북한 권력의 2인자라는 분석도 있으나, 아직은 성급하다. 북한 권력의 속성상 2인자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룡해의 아버지 최현은 항일 빨치산 출신으로 김일성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으며, 김정일 권력 승계 과정에서도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최현의 아버지 최화심은 홍범도 부대에 몸을 담은 인물로 김일성을 포함해 북한 빨치산 세력 중 부모가 항일 투쟁을 한 경우는 최현이 유일하다. 이 같은 최룡해에게 실권을 부여할 경우 정치적 권위와 카리스마가 부족한 김정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룡해의 부상은 김정은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석단 호명 순에서 최룡해와 더불어 내각 총리인 박봉주도 황병서를 앞섰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북한에서 내각 총리는 실권이 없다는 점에서 박봉주가 황병서를 권력으로 앞섰다는 평가는 난센스다. 권력 재편을 마무리한 김정은이 최룡해와 박봉주를 앞세워 체제 결속과 대북 제재로 인한 북한 내부의 동요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만하다. 최룡해는 북한 지배 체제의 중추인 빨치산 세력을 대표하며, 내각 총리인 박봉주는 민생 경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박봉주는 공개적인 민생 경제 현지 지도를 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의 총리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6년여에 걸친 권력 재편 과정을 마무리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번에도 김정은은 강력한 대북 제재의 원인이 되고 있는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했고, 시대착오적인 자력자강을 외쳤다. 북한의 경제가 의존하고 있는 장마당에도 이미 대북 제재의 영향이 번지고 있다. 미국 B-1B 폭격기의 잦은 한반도 출현에도 대응 요격기 한 대 띄우지 못하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그러니, 권력 구도 재편이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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