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30문항 중 27문항
경찰 수사 착수, 학교는 재시험
서울의 한 외국어고등학교 시험지가 인근 학원에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1일 서울시교육청과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A외고는 “9월말 치러진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영어시험지가 B영어학원에 유출된 것 같다”며 해당 학원 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고소하는 등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시험지 유출 의혹은 한 학생이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정 영어학원에서 짚어준 문제가 (실제) 중간고사 시험문제 다수와 보기까지 일치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는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학부모 제보로 이런 의혹을 인지한 A외고는 학생과 교사, B학원장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학년 중간고사 영어2 과목 시험 30문항 중 27문항이 B학원에서 시험 전 문제풀이 해준 것과 거의 일치할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중간고사와 학원 문제지에 나온 속담 유형이나 서술형 문제까지 모두 같았다. 이에 학교 측은 시험지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10일 학교 측은 전교생에게 유출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엄중히 대처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확한 유출 경로 등은 학교 측이 확인할 수 없어 경찰에 수사를 맡겼다. A외고는 문제가 된 영어시험을 다시 치를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3일 이런 내용을 A외고로부터 보고받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오면 현장 조사 등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B학원 원장 등을 상대로 시험문제 유출 경로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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