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진 발표 6년 지나도록 무소식
강원도, 전략 투자사와 계약 해지
공사비 1500억 원 확보 난항
도의회 “행정사무조사권 발동 논의”
강원 춘천시 중도 유원지에 조성 예정인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업 시행사인 엘엘개발은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전략적 투자자인 A사의 우선 협상 대상자 지위를 해지했다고 11일 밝혔다. “1,500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 조달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사회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시행사는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또 안게 됐다. 강원도 관계자는 “테마파크 주변 부지를 조기 매각하는 등 재원조달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레고랜드는 도유지인 중도 106만㎡ 부지에 5,011억 원을 들여 테마파크와 호텔, 워터파크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2011년 강원도가 영국 멀린사 등과 투자합의 각서를 체결하며 시작됐다. 강원도는 의암호 중도가 유명 캠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더 큰 목표를 위해 과감히 정리하고 레고랜드를 유치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본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개장돼야 하지만 섬으로 향하는 진입도로와 교량만 마무리 단계일 뿐 정작 해당 용지는 황량한 벌판이다. 사업 초기 선사 유적 보존 문제에 이어, 시공사 선정과 자금확보 등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그 사이 올해 3월 강원도보다 늦게 사업에 뛰어든 일본 나고야(名古屋) 레고랜드가 문을 열었다. 기대했던 동아시아 최초라는 프리미엄이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이날 개원한 강원도의회가 레고랜드 추진 과정을 살펴볼 조사특별위원회 구성과 행정사무 조사권 발동 여부를 논의한다. 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가 레고랜드 본공사 착공 시한으로 제시했던 9월 말이 지나도록 사업에 진전이 없자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더 이상 두고 보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의원은 “현재로선 언제 첫 삽을 뜰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추진과정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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