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000명, 3명 중 2명이 주거 지원 못 받아
40%가 수급자로… 광역지자체 8곳 자립지원시설 없어
서울의 한 아동공동생활가정(그룹홈) 출신인 김모(20)씨는 시설에서 퇴소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일정한 주거 없이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산다. 김씨는 출생 직후 부모에게 버려져 태어나서부터 보호 종료 연령(18세)이 된 지난 2015년까지 줄곧 시설 생활을 했던 ‘보호종료자’(공식 명칭 보호종료아동)다. 그는 퇴소 후 6개월간 직업훈련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경기도의 한 전자제품 공장에 취업했지만, 숙련 부족을 이유로 3개월 만에 해고됐다. 공장 기숙사에서도 나와야 했던 김씨는 그 이후부터는 시설에서 만난 친구들 집에 얹혀 살면서 퇴소 직후 손에 쥐었던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생활비 등에 다 써버렸다. 그를 돌봤던 시설 관계자는 “김씨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라도 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양육시설이나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시설 아동은 18세가 되면 퇴소해 보호종료자 신분으로 바뀐다. 법적인 성인이라고 해도 자립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어서 정부는 공공기관 등과 연계해 이들에게 주거 지원을 해준다. 그러나 이런 지원을 받는 보조종료자는 전체의 3분의 1에 그치고 나머지는 주거가 극히 불안정한 채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양육시설이나 그룹홈에서 퇴소한 보호종료자는 1,181명. 이들 보호종료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 지원하는 전세자금 대출 등을 받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립지원시설에 들어가거나 ▦각종 사회복지법인 등이 운영하는 공동생활가정에 들어가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정부가 지원하는 주거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보호종료자는 지난해 381명에 그쳤다. 나머지 800명은 퇴소할 때 받은 정착지원금 300만~500만원으로 월세 쪽방 등을 전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1,000명 넘는 보호종료자들이 나오는데 3명 중 2명가량은 사실상 거리로 내몰리는 셈이다.
정부는 “보호종료자 본인이 원하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스스로 꺼리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자립지원시설의 경우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9개 지자체(총 12곳)만 운영하고, 나머지 8개는 아예 만들지 않아 전체 정원이 367명에 그친다. 시설 역시 낙후한 곳이 적지 않다. 한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는 “생활기반이 없는 타 지역 자립지원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고, 아동양육시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시설 수준도 기피 현상을 부추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LH 지원도 전세금 등을 저리로 대출 받지만 다달이 적잖은 이자를 상환해야 해 아동양육시설들조차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소수의 보호종료자에게만 추천하는 상황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주거지원 정책이 수요자인 보호종료자들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호종료자의 40% 가까이가 다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현실은 이런 겉도는 정책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은 “해마다 1,000여명의 시설 퇴소 아동들이 사회로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성인이 되었다고 무작정 사회로 내몰기보다는 이들이 온전한 성인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ㆍ교육 등의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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