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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에이즈 메모리얼 퀼트(10.11)

입력
2017.10.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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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광장의 메모리얼 퀼트.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광장의 메모리얼 퀼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희생자를 추모하는 초대형 퀼트가 1987년 10월 11일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 공원 광장에 펼쳐졌다. 가로 세로 183ㆍ91cm의 조각보 1,920개를 엮은 ‘에이즈 메모리얼 퀼트’. 조각 하나하나가 희생자의 무덤을 상징했다. 워싱턴D.C 중심 광장을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모시킨 저 퍼포먼스는 AIDS 대응에 미온적인 정치권과 보건당국을 향한 침묵의 항변이었다.

기획은 샌프란시스코의 게이 인권운동가 클레브 존스(Cleve Jones, 1954~)가 주도했다. 78년 암살된 동성애자 정치인 하비 밀크(Harvey Bernard Milk) 등의 추모 촛불행진을 벌이던 85년 무렵 샌프란시스코에서만 AIDS 희생자가 1,000명을 넘었다. 그는 활동가들과 함께 희생자의 이름을 적은 작은 플래카드를 만들어 샌프란시스코 연방정부 건물 벽에 부착했다. 그 벽이 거대한 퀼트 같았다고 한다.

그들은 ‘The NAMES Project Foundation’이란 조직을 결성, 메모리얼 퀼트보 캠페인을 미국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뉴욕과 LA, 샌프란시스코, 애틀란타 등지의 동성애자 운동단체들이 동조했고, AIDS로 연인ㆍ친지를 잃은 개인들이 각자 추모의 조각보를 제작해 재단으로 보내왔다. 성금뿐 아니라 재봉틀 등을 기부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각보가 첫 선을 보인 게 87년 오늘 워싱턴DC의 ‘에이즈 메모리얼 퀼트’였다.

퀼트는 미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전시됐고, 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커져갔다. 88년 10월 백악관 엘립스 잔디광장에 펼쳐진 퀼트의 조각보는 8,288개였다. 조각보의 소재도 섬유, 스웨이드, 가죽, 밍크 등으로 다양해졌고, 진주와 크리스털, 단추, 깃털 등 개성 있는 장식도 등장했다. 실제 머리카락, 유해의 재, 결혼 반지, 자동차 키를 부착한 것도 있었다. 퀼트는 거대한 이동 추모공간인 동시에 분노의 플래카드였고, 수많은 시민이 공동 제작한 예술품으로 그 의미를 더해왔다.

전시가 없을 땐 애틀랜타 재단 본부 창고에 보관된다는 퀼트는 이제 무게만 54톤에 달한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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